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한 연구를 인용해 독사들이 기온 상승과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서식지를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변화로 사람과 독사의 생활권이 더 넓게 겹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에 참여한 데이비드 윌리엄스 WHO·멜버른대 연구원은 “집 뒷문을 나섰다가 우연히 뱀에 물리는 일도 앞으로는 하나의 위험으로 봐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PLOS 소외열대질환’에 실렸다. 연구진은 공공·민간 데이터베이스, 시민 과학 플랫폼, 박물관 기록, 과학 문헌, 전문가 관찰 자료 등을 종합했다.연구진은 전 세계 독사 508종의 서식지를 분석했다. 이어 2050년과 2090년에는 이들 독사가 사는 지역과 사람이 사는 지역이 얼마나 겹칠지 예측했다.
연구 결과 많은 종은 더위와 서식지 훼손으로 살 곳을 잃을 가능성이 컸다. 퍼프애더, 산호뱀, 코퍼헤드 등 많은 종은 기온 상승과 서식지 훼손으로 생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부 독사는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검은맘바는 케냐 해안과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콩고, 지부티 일부 지역에서는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분포가 넓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독사가 이전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던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의 크레이트는 미얀마 숲과 중국 윈난성에서 중국 중부·북부의 인구 밀집 도시 쪽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영국에서도 발견되는 유럽살무사는 앞으로 사람과 마주치는 일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다만 다른 일부 살무사류는 서식지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인도에서는 피해 우려가 더 크다. 인도에서는 매년 약 6만 명이 뱀 물림으로 숨진다. 연구진은 코브라, 러셀살무사, 크레이트 등 치명적인 독사들이 남부에서 인구가 더 많은 북부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봤다.
윌리엄스 연구원은 “50년 뒤에는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지역에 독사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이런 위험에 익숙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독사와 마주치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국가는 농가 마당이나 물가에서, 또 다른 국가는 놀이터나 조깅 코스 근처에서 독사를 마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보건 당국의 대응에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독사가 새로 늘어날 가능성이 큰 지역을 미리 파악하면 항독소 비축과 의료시설 준비, 외딴 지역의 의료 접근성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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