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백종원만큼 방송의 덕을 본 한국인이 없다. ‘괜찮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너그럽고 여유로운 이미지를 다져왔다. 그 덕에 더본컴퍼니도 사업 확장에서 득을 보지 않았을까. 방송인 백종원의 모습을 사업가 백종원과 동일시해 가맹점 사업에 투신 및 투자한 이들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백종원에게 호의적이었다. 딱 10년 전인 2015년 봄, 백종원의 맛을 평가해 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았다. 쌈밥부터 족발 짬뽕 치킨 등을 두루 먹었고, 때마침 떠오르기 시작했던 빽다방의 커피까지 마셨다. 그리고 ‘싸지만 그 가격의 울타리 안에서 맛있다. 백종원처럼 맛을 알고 음식을 만드는 셰프가 가격과 식종 불문, 더 많아야 한다’고 썼다.
그리고 2025년, 당시 내가 맛봤던 음식점들은 사라졌다. 서울 논현역 사거리 영동시장에는 ‘백종원 타운’이 있었다. 더본코리아 본사를 필두로 백종원 브랜드들이 모여 있었는데 이제는 없다. 현재 더본코리아의 홈페이지에는 열여섯 개의 ‘대표 브랜드’가 소개돼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존재감을 지닌 건 대략 여섯이다. 그나마도 수익을 가장 많이 내는 브랜드는 빽다방으로 전체의 35%에 이른다. 그 탓에 ‘더본코리아가 커피 사업체인가’라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 나빠지는 현실과 여론을 타개하고자 백종원은 300억 원의 자금 투입 등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비관적이다. 무엇보다 백종원이 내는 맛의 유효기한이 다 됐다.설탕과 조미료를 절묘하게 섞어 맛을 설계하고, 현장의 조리로 부족한 재료의 신선도와 밀도를 갈음하는 것. 이는 백종원식 맛내기 전략의 핵심으로, 업장에서 따뜻할 때 먹으면 맛있다는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먹는 이의 즐거움보다 단가와 이익에 많이 쏠린 맛이다 보니 브랜드는 달라도 음식맛은 똑같이 느껴진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도 물렸고, 다양한 브랜드로의 확장도 쉽지 않은 것이다.
근본적이고도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다. 단가와 이익부터 좇는 맛과 저렴한 색채 위주의 BI(Brand Identity)부터 버려야 한다. 본의 아니게 주력 브랜드가 된 빽다방이라면 메뉴를 정리해 가맹점주의 제조 및 재고 관리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더본코리아가 추구하는 맛을 보여주고 가맹점주에게 믿음을 줄 직영점도 늘려야 한다. 백종원이 직접 조리해 자신만의 맛을 보여줄 플래그십 레스토랑 하나쯤은 열어야 맞다. ‘빽’이라는 경박한 접두어도 솔직히 이제 버리라고 권하고 싶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방송인으로서 성공했으나 셰프 혹은 사업가로서는 내실을 다지지 못했다. 자신이 방송으로 바쁘다면 내부에서 제2, 제3의 백종원을 육성해 자신의 대리인이자 맛의 수호자로 삼아야 했다. 하지만 더본코리아에는 예나 지금이나 오로지 백종원뿐이다. 사람을 키우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백종원의 가장 큰 과(過)다.이용재 음식평론가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