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재판취소) 제도가 도입된 지 약 한 달 반 만에 ‘1호 본안사건’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8일 헌법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 평의를 열고, ‘녹십자 백신 입찰 담합 과징금 사건’의 전원재판부 회부를 결정했다. 지난 3월12일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사전심사를 통과한 사례가 나온 것이다.
녹십자는 2017년 4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질병관리청이 발주한 ‘HPV4가(가다실)’ 백신구매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는 녹십자가 백신 도매상들을 들러리로 섭외해 입찰에 참여한 뒤, 1순위로 낙찰받았다고 판단했다. 녹십자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작년 10월 녹십자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지난 2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에 녹십자는 법무법인 율촌의 도움을 받아 지난 3월16일에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GC녹십자가 헌재의 문을 두드린 이유는 대법원의 기각 방식에 있다. 녹십자 측은 “입찰 구조상 실질적 경쟁 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경쟁 제한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청구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관련 형사판결과 상반된 해석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이 사건은)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할 수 없는 경우인데도, 대법원은 청구인(녹십자)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해 재판청구권과 재산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인 대법원장과 재판 당사자인 공정위에 이번 재판소원 회부 사실을 통지하고 답변과 의견을 요청했다.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지난 3월 12일 이후 525건이 접수됐고 265건이 각하됐지만, 전원재판부 회부는 이번이 처음이다.
법조계에선 재판소원의 ‘첫 관문’을 넘기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단순한 재판에 대한 불복을 넘어, 재판 절차상 오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헌재의 본안 판단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5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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