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련 악장 "음악적 호흡이 중요…오케스트라의 핵심은 합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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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원학교 은사님이 졸업을 앞둔 어느 날 그러시더라고요. ‘백수련은 입학 때 맨 뒤에 있더니 이제는 앞에 와 있구나’라고요.”

백수련 악장 "음악적 호흡이 중요…오케스트라의 핵심은 합심"

은사님의 칭찬은 10대 소녀 백수련에게 커다란 힘이 됐다. 실기 등수대로 자리에 앉아야 했던 그 시절, 백수련은 뒷자리에서 점점 앞으로 나오며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다. 그는 서울예고와 서울대를 거쳐 프로 연주자가 됐다. 2019년부터 한경arte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합류했고 2022년 악장이 됐다. “오케스트라의 악장이 되는 게 바이올린을 시작했을 때부터의 꿈이었다”는 백수련(42·사진)을 지난 20일 만났다.

그는 요즘 한경arte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새해 첫 정기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레퍼토리는 말러 교향곡 3번. 말러의 교향곡은 연주하기 까다롭다고 명성이 자자한데, 6개 악장이 100분 동안 이어지는 3번은 더욱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대에 악기를 가지고 오르는 사람만 100명이 넘고, 합창단까지 서는 대규모 편성이에요.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랄까요. 어떤 교향악단이든 이 곡을 연주할 결심을 쉽게 하진 못할 거예요.”

제1바이올린 그룹 중 선두에 앉아 연주하는 ‘악장’. 오케스트라에서 악장의 역할은 무엇일까. “지휘자의 의중을 빠르게 파악하고 해석해 단원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해요. 어떤 지휘자분이 ‘이 부분은 덩어리져서 연주해 볼게요’라고 말하면 제가 현악 파트분들에게 ‘프리 보잉을 써볼게요’라는 식으로 연주자의 언어로 전달하는 거죠.”(웃음)

악장은 그만큼 리더십과 순발력을 발휘해야 할 순간이 많다. “오케스트라는 음악적 호흡이 중요해요. 단순히 박자를 맞춘다고 해서 음악이 되진 않아요. 연주자들이 마음을 맞춰야 음악이 나와요. 저는 악보도 보고, 지휘자도 보고, 파트 수석진과 눈빛 교환도 부지런히 해야 해요. 순간순간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악단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데요. ‘사람이 하는’ 예술의 묘미가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한경arte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몸담은 지 벌써 만 6년. 가장 기억이 남는 공연은 무엇일까. “바이올린 솔로가 유명한 ‘세헤라자데’가 기억에 남아요. 악장 솔로 부분이 두드러지는 곡이어서 드디어 ‘올 것이 왔다’라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연습할수록 어느 솔로 하나만 중요한 게 아니라 전체 음악 흐름이 가장 중요하고, 그 속에 솔로가 나오는 것이더라고요. 그걸 깨달았던 공연이었어요.”

바이올린 연주자로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기본기’다. 예술성을 표현하려면 기본기가 탄탄해야 한다는 것. “반듯한 소리를 낼 줄 알아야 반듯하게 내지 않는 소리로 멋을 부릴 수 있는 거죠. 기술로만 음악을 표현하는 건 아니지만 기술이 없으면 표현을 풍부하게 할 수 없어요.” 그에 따르면 기본기를 며칠만 하지 않아도 손의 감각이 둔해진다. 연륜이 쌓인 지금도 기본기를 닦는 시간은 준수한다고. “화려한 기교를 지닌 연주자는 많아요. 그런데 듣다 보면 마음에 한 소절 남는 것 없이 귀가 지치는 경우도 많죠. 기본의 토대에 서서 밀도 있는 연주를 하고, 청중에게 감동을 주는 기교를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에 매진합니다.”

이해원/사진=강은구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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