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인의 일본 여행은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제주 여행은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자 항공사들이 항공편을 국제선에 우선 투입하면서 국내선 항공편 감소, 가격 상승에 따른 경쟁력 하락 등 악순환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1187만명으로 2023년(1266만명) 대비 6.2% 줄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12.4% 감소했다. 반면 작년 방일 한국인 수는 전년보다 26.7% 늘어난 882만명에 달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전체 외국인 가운데 가장 많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57.9% 폭증했다.
업계에선 작년 일본행 수요가 급증한 데 대해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급증한 해외여행 수요가 상반기에도 이어졌고, 특히 엔화 가치 하락(엔저) 영향으로 일본을 찾은 여행객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수요가 늘자 업계는 항공노선과 상품을 확대해 모객에 집중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수요가 급증하면서 저비용 항공사(LCC)는 물론 대형 항공사(FSC)까지 노선 확장에 나섰고, 가격 경쟁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는 점도 일본행 수요를 높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국내 항공사들은 약 5개월간의 동계 항공 스케줄에 맞춰 일제히 국제선 중 일본 노선 항공편을 확대했다. 수요가 몰리면서 공급 확대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2024년 일본행 항공편은 2023년(10만8303편) 대비 26% 증가한 13만6506편으로 집계됐다.
반면 제주행 국내선 항공편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제주도가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15만6533편으로 2023년(16만1632편) 대비 3.2% 줄었다. 항공편 감소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관광업계 우려가 나오는 대목. 전체 여행 경비 부담이 늘면 대체 여행지로 수요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유독 "그 돈이면 (국내가 아닌 해외) 일본 간다'는 반응이 많았다. 엔저로 일본 여행 경비 부담이 줄어들었지만, 물가 급등으로 국내 여행 경비 부담이 커지면서다. 특히 항공권 가격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저렴하단 인식에 굳이 국내 여행을 택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컸다. 국내 여행은 해외여행과 달리 여행비용이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항공편 감소는 관광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편 감소는 좌석 수가 줄어 항공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내 여행 항공료가 높게 책정되면 일본, 중국 등과 비교를 통해 더 저렴한 곳을 찾아 여행 계획을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