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축복이지만 리스크도 커졌다 … 구조개혁 잊지말라"

2 days ago 4
인터뷰

"반도체, 축복이지만 리스크도 커졌다 … 구조개혁 잊지말라"

입력 : 2026.06.02 17:47

조동철 전 KDI 원장 인터뷰 … 한국경제 당면 과제는
반도체가 성장·물가·세수 좌우
특정산업 의존 지나치게 커져
초과세수 부양 활용 신중해야
성장 분야서 고용 더 확대해야
지금 같은 호봉제 그대로 두고
정년연장 때는 청년 피해 우려

사진설명

성과급을 둘러싼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총파업 직전에 가까스로 봉합됐지만 논란은 산업계 전반으로 불붙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덕분에 기업 이익과 정부 세수가 동시에 불어나면서 이른바 '초과 수익' 활용 방식을 두고 사회적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실전형 경제학자인 조동철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사진)은 한국 경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주저 없이 '반도체 공화국'을 내세웠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를 3년간 이끌었던 그에게 반도체가 수출과 증시, 성장과 물가까지 뒤흔드는 지금의 경제 상황에 대해 물었다.

그는 반도체 호황을 마냥 축복으로만 볼 수 없다며 경계심을 주문했다.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지면서 그만큼 리스크도 확대됐다는 것이다.

◆ 올해 명목성장률 10% 넘을 것

조 전 원장은 "반도체가 지난달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어섰고, 주식시장에서도 시가총액의 절반가량 된다"며 "사우디아라비아도 석유 의존도가 높지만, 석유 비중이 경제에서 이 정도까지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5%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0.6%포인트 높인 2.6%로 제시했다.

조 전 원장은 "국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것은 명목 성장률"이라며 "올해는 반도체 가격 상승 영향으로 명목 성장률이 10%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명목GDP 성장률이 10%를 넘어설 경우 이는 2002년 11.0%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다만 조 전 원장은 치솟은 반도체 가격이 'GDP 디플레이터(명목GDP를 실질GDP로 나눈 값)'를 밀어올리는 동시에 경제 전반에 팽창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 구조 개혁 없인 단기 호황에 그친다

조 전 원장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렸던 국내 증시의 재평가를 이끌고 자본시장 활성화로 이어진 것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많은 시장 참여자가 기업 활동에 관심을 갖고 나라 전체의 부가 자본시장을 통해 생산적인 투자처로 흘러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미국처럼 자본시장이 발달할수록 경제 전반의 역동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다만 조 전 원장은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활용하되 구조 개혁이 병행되지 않으면 지금의 호황이 장기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장성이 높은 부문에서 고용이 늘고 그 효과가 경제 전체로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 지원도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려는 부문을 뒷받침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 인플레 압력 커… 부양할 시점 아냐

조 전 원장은 "반도체 호황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면 초과 세수 활용에도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시경제정책 방향 역시 확장보다 긴축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봤다. 그는 "경제 전체로 보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성장률도 높아지고 있다"며 "거시경제정책은 경기가 팽창할 때는 조심하고 수축될 때 부양하는 것인데, 지금은 경기를 부양할 시점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 전 원장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이 세수 증가분을 국가채무 상환에 활용한 사례를 들며 재정건전성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당시 미국은 세수가 늘었을 때 빚을 갚는 데 썼고, 그 덕분에 닷컴버블 붕괴와 9·11 테러,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책 여력을 동원할 수 있었다"며 "건전한 재정은 한 번 놓치면 되돌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 친노동 좋지만 '친노조'는 곤란

조 전 원장은 한국 경제의 최우선 구조 개혁 과제로 노동 개혁을 꼽았다. 대기업·공기업 노조의 기득권이 커질수록 청년과 중소기업 노동자가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청년 세대는 저성장, 자산 격차, 고용 불안을 동시에 겪고 있다"며 노란봉투법 등 최근 노동정책 흐름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문제는 노동정책이 친노동이 아니라 친노조로 흐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적 정년 연장 논의에 대해 그는 "호봉제를 그대로 둔 채 정년만 늘리면 청년들이 더 어려워지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또한 "정년 연장의 수혜자는 노조가 강한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기존 직원들이고, 피해자는 그 안에 들어가고 싶지만 들어가지 못하는 청년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범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