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경기 김포시 구래동 ‘김포한강듀클래스’.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김포한강신도시 외곽에 자리 잡은 이 건물은 2023년 입주를 시작한 김포 최대 지식산업센터다. 지상 15층 높이의 푸른색 외벽은 멀리서도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1층 대부분이 공실이었다. 입주 직원이 자주 이용하는 1층 엘리베이터 쪽 상가 벽면엔 ‘본건 경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자족시설용지이자 업무시설인 지식산업센터가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에 빠졌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경매에 넘어가는 지식산업센터가 매년 두 배씩 늘어나고 있다.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50%대로 주저앉았다.
◇경매 넘어간 지산, 15년 내 최대
28일 경·공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된 지식산업센터 경매는 총 3876건이었다. 2010년 산업집적법 개정으로 국내에서 지식산업센터가 정식 용어로 쓰이기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다.
2023년 688건이던 지식산업센터 경매 규모는 2024년 1564건으로 늘더니 지난해 4000건에 육박했다. 올해 들어선 지난 3월 말까지 1576건의 경매가 진행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6000건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경매에 넘어가도 팔리는 매물(매각률)은 18.9%에 그쳤다. 2010년 이후 최저치다.
지식산업센터의 경매 낙찰가율은 지난해 평균 56.4%로 처음 50%대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 1분기 52.6%까지 하락했다. 지난달 김포한강듀클래스 12층 한 호실은 감정평가액(2억1400만원)의 20%에 불과한 4289만원에 낙찰됐다. 경기 평택 ‘고덕 에스타워프라임’ 9층 경매 물건 역시 낙찰가율이 20.4%에 그쳤다.
◇금융권, 대출 사실상 ‘스톱’
경매 낙찰가율이 떨어지자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는 지식산업센터 계약자에 대한 대출 한도를 크게 줄였다. 은행권은 2022년까지만 해도 지식산업센터 계약자에게 분양가의 70~80% 자금을 빌려줬다. 하지만 업황이 악화한 2023년부터 시중은행은 지식산업센터 중도금 대출과 잔금 대출 신규 취급을 사실상 중단했다.
2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새마을금고는 지식산업센터 관련 대출을 아예 내주지 않고 있다. 신협과 농협은 지식산업센터 대출을 일률적으로 중단하진 않았지만 업황을 고려해 소극적으로 취급 중이다. 한 대형 건설사의 분양 담당 임원은 “아주 우량한 지식산업센터도 대출이 분양가의 50%밖에 나오지 않고 있다”며 “계약자가 분양대금을 마련하지 못해 중간에 계약을 해지하거나 파산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건설사가 받는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초까지 수익형 부동산으로 인기를 끌었던 지식산업센터 업황이 급변한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금리 상승과 지자체의 무분별한 공급이 꼽힌다. 지식산업센터는 인허가 권한이 시장·군수와 같은 지자체장에게 있다. 지자체들은 중소기업 유치를 통한 자족 기능 강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인허가를 크게 늘렸다. 한국부동산개발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식산업센터 건축허가 연면적은 2019년 143만㎡에서 2022년 430만㎡로 증가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수도권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지식산업센터 공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3기 신도시는 지식산업센터를 지을 수 있는 ‘자족시설용지’ 비율이 전체 면적의 약 16.4%로 2기 신도시(6.7%)의 두 배를 웃돈다. 양완진 한국부동산개발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기 신도시도 지식산업센터를 지을 수 있는 자족시설용지 3분의 1이 미분양으로 방치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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