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옥션, 23일 경매 열어
김환기·유영국 대표작도 출품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는 한지 위에 물감으로 선을 반복적으로 쌓은 ‘묘법’ 시리즈로 동양의 시간성과 수행적 태도를 화면 위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 가운데서도 붉은색 ‘묘법’은 단풍색과 같이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강렬하고 선명한 색채가 특징으로, 강렬한 붉은색이 내면의 치유를 불러일으킨다는 데서 더욱 가치 있게 평가받는다. 특히 ‘묘법 No. 080831’(2008·추정가 별도 문의)은 지난 2022년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됐던 작품으로 더욱 의미가 깊다.
박서보의 ‘묘법’을 비롯해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국내외 작품들이 오는 23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개최되는 7월 경매에 출품된다. 출품작은 총 104점, 추정가 총액은 약 87억원이다.
먼저 시대를 앞서간 예술적 실험과 독창성으로 한국 추상 미술의 지평을 넓힌 작가들의 작품이 나란히 출품된다. 김환기의 1958년작 ‘항아리’(별도 문의), 유영국의 1994년작 ‘Work’(별도 문의), 정상화의 2010년작 ‘무제-7-25’(2억5000만~3억5000만원), 이우환의 1993년작 ‘조응’(별도 문의) 등이 대표적이다.
시대의 감성과 삶의 층위를 예술로 풀어낸 국내외 여성 작가들의 감각적인 작품도 눈길을 끈다. 구사마 야요이의 1985년작 호박 조각 ‘Untitled’(1억8000만~2억5000만원)를 비롯해 최욱경의 1966년 목탄 드로잉 ‘무제’(1200만~6000만원), 하태임의 2007년작 ‘Un Passage’(1400만~4000만원), 아야코 록카쿠의 2006년작 ‘Untitled’(3000만~1억원) 등이 새 주인을 찾는다.
그 밖에 해외 미술부문에서는 밈모 팔라디노, 엔초 쿠키, 산드로 키아, 미켈 바르셀로 등 1980년대 유럽 신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4인의 작품이 잇달아 나온다. 케이옥션은 “개념미술 이후 다시 감정과 서사를 회화로 불러온 이들의 작업은 형상성과 상징, 원초적 에너지를 통해 오늘날 회화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화·고미술 부문에는 ‘백자호’(별도 문의), ‘청자음각연화문매병’(2500만~5000만원), ‘백자청화운봉문호’(4000만~1억원) 등 도자기 작품과 김기창의 ‘복덕방’(3500만~6500만원), 박래현의 ‘잊혀진 역사 중에서’(4200만~1억2000만원) 등 회화 작품이 경매에 오른다. 또 백범 김구의 ‘광복조국’(1400만~2000만원), 의암 손병희의 ‘정영’(500만~1000만원)의 글씨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