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 산책로인 서울로7017에서 바퀴벌레 수십 마리를 봤다는 목격담이 잇따라 올라왔다. 서울시가 두 차례 방제 작업을 실시하고 전문 업체 진단을 의뢰했지만 이후에도 비슷한 목격담이 이어지며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방역협회 기술연구소 김순일 소장(제주대 겸임교수)은 “(바퀴벌레가) 실제 어느 수준의 개체군 밀도를 보이는지 명확한 답을 하긴 어렵다”면서도 “서울로7017처럼 바퀴벌레 출몰의 모든 조건이 갖춰진 공간이다. 이 같은 시설 증가가 바퀴 개체 수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짚었다.
● ‘길고양이·비둘기’ 먹이 먹고 세력 늘린다
김 소장은 최근 서울시에 인위적 구조물이 늘면서 바퀴벌레가 숨을 공간도 늘고 있다고 짚었다. 하수관과 맨홀, 대형 화분, 옥상 텃밭, 흙 정원 등 습기가 많은 공간은 대표적인 서식처다.
김 소장은 “낮 동안 틈새에 숨어 있던 바퀴벌레가 고온다습한 밤이나 비 온 직후 습도 변화로 지상에 올라온다”며 “개체 수 자체가 급증했다기보다 목격 기회가 늘어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도심 내 먹이 공급원도 늘었다. 김 소장은 “길고양이나 비둘기 먹이, 음식물 쓰레기 등 도심 내 다양한 먹이가 바퀴벌레 개체 수 증가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실제 서울시는 1일 서울로7017의 바퀴벌레 개체 수 증가 원인 중 하나로 ‘회현역 방향에 뿌려진 사료’를 지목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이들이 사료를 뿌린 뒤 자리를 뜨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공원 이용객들이 흘린 음식 부스러기도 바퀴벌레의 먹이가 돼 번식을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습기가 많은 도시 환경 역시 원인 중 하나다. 서울 시내에 고급 아파트가 늘면서 흙으로 조성된 정원 면적도 함께 확대되고 있는데, 이 같은 환경이 바퀴벌레 서식을 용이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건물 내부에 서식하는 종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바퀴는 ‘독일바퀴’”라며 “이들은 주로 수도계량기함, 맨홀, 하수구 등 따뜻하고 습한 환경을 선호하는데 최근 옥상 텃밭과 도로 주변 조경 공간이 늘면서 은신할 수 있는 장소도 함께 증가했다”고 짚었다.
● ‘살충제 저항성’ 이미 상당 수준…구조적 접근 필요
실제 방역 현장에서는 끈끈이 트랩을 이용한 개체 수 모니터링, 물리적 포획, 독먹이제 사용, 잔류 살충제 처리 등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살충제 저항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방역협회와 서울대 연구팀이 2024년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을 조사한 결과 바퀴벌레의 살충제 저항성은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소장은 “기존 살충제만으로는 방제 효과가 점차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노후 배관과 지하 공간 정비, 건축물 밀폐성 강화 등 서식 환경을 줄이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지하에 있던 개체가 지상으로 올라오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노후 시설 개선을 통해 서식 환경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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