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 먹지 말고 깨부수세요"…30분 만에 완판 '대박' 났다 [김기자의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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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처=카페 '파티세리후르츠' 인스타그램

캡처=카페 '파티세리후르츠' 인스타그램

디저트를 즐기는 기준이 달라졌다. 예쁘고 맛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먹기 전 어떤 장면을 만들 수 있는지,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 나만의 방식으로 변주할 수 있는지가 소비자의 선택을 가른다. 따라 해 보고 싶은 요소를 갖춘 디저트는 SNS에서 화제를 모으며 '오픈런'과 품절 행렬까지 이끌고 있다.

◇ 오픈 30분 만에 완판…줄 서서 먹는다는 '이 케이크'

5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지난 3월 본점과 강남직영점 한정으로 '아그작(AGJAK)' 케이크를 선보였다. 복숭아, 망고, 피스타치오 등 과일 모양을 본떠 만든 제품으로, 단단한 초콜릿 막 안에 무스와 과육을 채웠다. 한입 베어 물면 '아그작' 소리와 함께 겉면이 깨지는 게 특징이다.

출시 초반 반응은 크지 않았다.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특정 기간 내 검색량이 가장 많은 날을 100으로 놓고 상대적 수치를 살펴본 결과 '아그작 케이크' 검색량은 3월 말까지 1에도 못 미쳤다. 4월 들어서도 한 자릿수에 머물다가 4월 17~18일 27~40대로 처음 뛰어올랐다.

관심이 본격적으로 커진 시점은 촉감 완구 '왁뿌볼'이 SNS에서 화제를 모은 흐름과 맞물렸다. 왁뿌볼은 말랑이나 슬라임 겉면을 왁스로 씌워 손으로 눌렀을 때 나는 소리와 촉감을 즐기는 장난감이다. 5월 들어 '깨는 재미'가 숏폼 콘텐츠를 타고 확산했고, 같은 시기 '아그작 케이크' 검색량도 다시 증가했다. 5월 23일에는 검색량 지수 100을 기록해 조사 기간 중 최고치를 찍었고, 이후 6월 내내 60~90대 수준을 이어갔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뚜레쥬르 본점에 마련된 아그작 케이크 진열대에 품절 안내문이 놓여 있다. /사진=김희선 기자

서울 중구에 위치한 뚜레쥬르 본점에 마련된 아그작 케이크 진열대에 품절 안내문이 놓여 있다. /사진=김희선 기자

인기는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오후 시간대 방문한 뚜레쥬르 본점 매장 진열장에는 아그작 케이크마다 '솔드아웃' 표시가 붙어 있었다. 매장 직원은 "오전 11시부터 판매 시작인데 10시쯤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는 편이다. 평일에도 30분 정도면 다 팔린다"며 "맛별로 판매 속도가 다른데, 간혹가다 레몬이나 멜론은 점심시간까지 남아 있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아그작 케이크'의 인기 배경엔 먹기 전부터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자리한다. 과일처럼 생긴 겉모양을 찍고, 손에 들고 베어 무는 순간을 영상으로 남기는 식이다. 초콜릿 막이 깨지는 소리와 단면이 드러나는 장면은 짧은 영상에 담기 좋다. 맛을 평가하는 후기 못지않게 "소리가 좋다", "깨보고 싶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뚜레쥬르 '아그작 패스트리' /사진=김희선 기자

뚜레쥬르 '아그작 패스트리' /사진=김희선 기자

개인 카페와 베이커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기존 소금빵에 초콜릿을 두껍게 씌운 '왁뿌 소금빵'이 대표적인 예다. 이름부터 촉감 완구 '왁뿌볼'에서 따왔다. 겉면을 손이나 도구로 깨뜨리면 단단한 막이 갈라지며 '아그작' 소리가 난다.

◇ '이제 디저트는 먹는 게 아니다'…놀이처럼 즐기는 Z세대

걸 그룹 '아일릿' 원희가 소개하는 자신만의 투썸플레이스 '아박' 레시피. /캡처=아일릿 유튜브 채널

걸 그룹 '아일릿' 원희가 소개하는 자신만의 투썸플레이스 '아박' 레시피. /캡처=아일릿 유튜브 채널

먹는 재미가 꼭 '깨뜨리는 소리'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투썸플레이스의 떠먹는 디저트 '아박'도 먹는 방식 자체를 콘텐츠화한 사례다. 투썸플레이스에 따르면 올해 6월 1~21일 기준 아박 제품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배 늘었다.

회사 측은 이런 흐름을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공유하는 이른바 '내시피(내+레시피)' 문화와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우유를 부어 먹는 이른바 '우유말먹'처럼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품을 변주하고, 이를 SNS에 공유하면서 입소문을 탔다는 것이다. 왁뿌 소금빵이나 아그작 케이크처럼 깨뜨리는 디저트와 결은 다르지만, 먹는 방법 자체가 화젯거리가 된다는 점에서는 같은 흐름이다.

젤리를 냉동실에 얼려 먹는 '젤리 얼먹' 유행도 비슷한 맥락이다. 젤리 본연의 맛보다 얼린 뒤 깨물 때 나는 파삭한 소리와 달라진 식감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돼 소비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동안 인기를 끈 두바이 초콜릿,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 역시 바삭함과 쫀득함의 대비가 주목받았다.

먹방 영상 제작자에게도 이런 디저트는 좋은 소재다. 화면 너머로 맛을 직접 전달하기는 어렵지만 소리와 식감, 단면은 비교적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서다. 단순한 맛 평가보다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영상 속 행위가 소비자의 '따라하기' 욕구를 부추기면서 디저트는 먹는 제품이자 체험 상품으로 소비된다.

캡처=유튜브

캡처=유튜브

◇ 디저트도 이제는 취향 소비이자 과시의 대상

빵과 같은 디저트가 취향 소비로 자리 잡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6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역 빵집 방문 경험 및 빵지순례 관련 인식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8.4%가 평소 빵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빵을 좋아하는 편이라는 응답은 92.7%에 달했다.

빵을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취미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뚜렷했다. '맛있는 빵을 찾아 먹는 것도 하나의 취미 생활'이라는 항목에는 71.6%가 동의했다. '빵은 작은 사치이자 소확행이 가능한 음식'이라는 데 동의한 응답도 65.7%였다.

업계에서는 체험형 디저트를 강력한 홍보 수단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영상을 찍고 후기를 올리면 제품 자체가 광고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짧은 영상 위주 채널에서는 복잡한 설명보다 한 번의 소리, 한 번의 단면이 더 빠르게 퍼진다.

결국 요즘 디저트 유행의 핵심은 '맛'을 넘어선 경험이다. 소비자는 이제 무엇을 먹는지뿐 아니라 어떻게 먹는지, 어떤 소리가 나는지, 어떤 장면으로 남길 수 있는지까지 따진다. 디저트는 입으로만 즐기는 음식이 아니라 손으로 깨고, 귀로 듣고, 카메라로 남기는 놀이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비 흐름을 '프로슈머(prosumer)'적 특성으로 설명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소비자들은 그냥 사서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기호를 바탕으로 뭔가를 직접 만들어보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적 속성을 갖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런 시도가 성공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과 그것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심리가 맞물려 있다고 짚었다. 그는 "신세대는 좋은 상품을 찾아내는 데도 능하지만, 직접 시도해서 잘됐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크다"며 "이를 SNS 등을 통해 과시하는 것인데, 상품 자체를 자랑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안목과 역량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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