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안 믿던 공기감염, 나치 수용소 카메라가 첫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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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나치 수용소 인원 급증하자
감염병 확산 우려에 전염 연구 돌입
기침할 때 불꽃처럼 비말 뻗어나가
안개 같은 ‘비말핵’ 공기 중 떠다녀
◇공기의 세계/칼 짐머 지음·이상훈 옮김/632쪽·3만3000원·다산초당

공기는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바이러스와 꽃가루, 곰팡이가 뒤섞여 이동하는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다. 신간은 공기 전파 감염이 과학적 사실로 인정받게 된 역사를 추적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공기는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바이러스와 꽃가루, 곰팡이가 뒤섞여 이동하는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다. 신간은 공기 전파 감염이 과학적 사실로 인정받게 된 역사를 추적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오랫동안 질병은 물과 음식, 접촉, 오염된 표면, 기침과 재채기를 통해 퍼진다고 알려져 왔다. 공기 중에 오래 떠다니는 작은 입자를 통한 감염은 의학의 중심에서 오랫동안 비켜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안다. 공기는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꽃가루, 곰팡이가 뒤섞여 이동하는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란 사실을.

미국 예일대 분자생물물리학·생화학 겸임교수인 저자가 쓴 과학사 책이다. 역사 속에서 공기 전파 감염이 왜 오랫동안 외면받았는지, 또 어떤 과정을 거쳐 과학적 사실로 인정받게 됐는지를 추적했다. 저자는 미 뉴욕타임스(NYT) 탐사보도팀의 일원으로 팬데믹을 심층 보도해 퓰리처상을 받은 이력도 있다.

1930년대 들어 몇몇 과학자는 기존의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질병은 기류를 타고 퍼질 수 있으며, 세균은 연기처럼 공기 중에 몇 시간씩 떠다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기 속 생명체를 연구하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했고, 훗날 ‘공중생물학’이라 불리는 분야의 토대를 마련했다.

공기 감염이 처음으로 ‘눈에 보인’ 순간을 담은 일화도 흥미롭다. 1937년 문을 연 나치의 부헨발트 강제수용소는 수용 인원이 급증하면서 감염병 확산 위험에 직면했다. 수용소 측은 오염된 물과 음식뿐 아니라 공기 중 세균에 의한 전염도 우려하며, 사람들 사이에 충분한 거리를 두도록 설득하기 위해 비말을 촬영하는 실험에 나섰다.

사람들이 재채기하고 기침하고 말하는 모습을 촬영한 뒤 필름을 현상하자, 입에서 마치 불꽃처럼 뻗어나가는 줄무늬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런데 연구진의 눈길을 끈 건 그 줄무늬 주변을 감싸고 있는 희미한 안개였다. 스튜디오 온도를 30도까지 높여 안개를 없애려 했지만, 따뜻한 공기 속에서도 그것은 사라지지 않았다. 보통 큰 비말은 중력 때문에 금세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더 작은 비말핵은 공기 중에 오래 떠다니며 멀리까지 이동한다. 공기 전파 감염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이미 그 사진 속에 담겨 있었던 셈이다.

공기의 이동에는 국경도, 거리도 없다. 구제역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은 침으로 가까운 개체를 감염시킬 뿐 아니라,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비말핵도 함께 내뿜는다. 실제로 한 농장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바람을 따라 수 km 떨어진 지역까지 번져 수십 곳의 농장에서 집단 발병을 일으킨 경우도 소개된다.

우리는 집과 지하철, 사무실, 학교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감염병 대응은 손 씻기나 마스크 착용 같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환기와 사람의 밀도, 실내 공기질 관리까지 모두 공중보건의 영역이다.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이런 사실을 절실히 배웠지만, 일상이 회복되자 공기의 중요성은 다시 주변으로 밀려났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를 다시 우리 앞에 불러내, 방역을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가 설계해야 할 인프라’의 문제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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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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