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소수주주 보호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위한 상법 개정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7월 22일 법률 제20991호로 공포된 개정 상법에서 첫 번째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다. 원래 이사는 ‘회사’를 위한 충실의무만 부담했으나 상법 개정으로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됐다. 또 이사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이 때문에 주주제안권, 주주총회소집청구권, 각종 열람·등사 청구권 행사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와 회사의 이익이 침해됐다는 이유로 이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 배임죄 고소·고발 등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번째는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다. 독립이사는 사외이사로서 사내이사, 집행임원 및 업무집행지시자로부터 독립적인 기능을 하는 이사를 의미한다. 종래 상장회사는 총 이사 중 4분의 1 이상만 사외이사를 두면 됐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자산총액 2조원 미만의 상장회사는 총 이사 중 3분의 1 이상,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회사는 총 이사 중 2분의 1 이상 및 3명 이상의 독립이사를 두도록 의무 선임 수가 늘었다. 또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독립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설치해 위원회 추천을 받은 사람 중에서 독립이사를 선임하도록 했다.
세 번째인 감사위원 선임 시 ‘3% 룰’ 확대를 보자. 3% 룰은 최대주주의 주식 보유분에서 3%를 초과하는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이다.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 선임에만 적용되던 3% 룰을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 시에도 적용하게 됐다. 그 결과 최대주주 단독으로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경영진에 우호적이지 않은 감사위원회가 구성될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국회 통과가 임박한 상법 개정안도 있다. 종래 집중투표제는 정관으로 배제할 수 있었으나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정관으로도 그럴 수 없도록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의 경우 의무적 분리선출 대상 감사위원을 기존 1인에서 2인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어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그 밖에 상법상 특별배임죄를 폐지하고 형법상 배임죄에 경영 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하는 개정안,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개정안,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완화하는 세법 개정안도 논의가 진행 중이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해 소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기업에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당근도 필요하다. 기업이 보유자산을 배당하고 자사주를 소각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 상법 개정의 정책적 목표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소수주주 보호를 통해 부동산시장에 집중된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입하는 데 있다면, 투자에 훈풍이 불도록 적정 온도를 설정해야 한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차가운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