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1000만 건 시대, ‘종결’이 끝은 아니다[내 생각은/김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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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민신문고에 1000만 건 넘는 민원이 접수됐다. 문제는 그 목소리가 얼마나 제도를 바꿨느냐다. 같은 해 국민제안 7만8588건 중 91.2%가 채택되지 않았다. 많이 접수하고 빨리 답하는 것만으로 소통하는 정부라 할 수 있을까. 민원 평가는 처리 기간과 답변 여부 등 사건의 종결에 기울기 쉽다. 부서는 민원을 닫지만 시민의 불편은 닫히지 않는다. 경기 과천시에서 그 허점이 드러났다. 시민광장 주변 도로의 차선 규제봉에 차량 바퀴가 파손됐다. 도로는 공무원연금공단 소유였고 과천시와 과천청사관리소가 점용했다. 기관들은 보상 책임을 놓고 다섯 차례 논의만 거듭했다. 민원인이 적극행정 국민신청을 내고 국민권익위원회가 관계 기관을 모은 뒤에야 보상 절차에 합의했다. 기관의 업무 경계는 정부 내부 사정이다. 국민이 책임자를 찾아 다닐 이유는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2일 민원 혁신 사례보고회에서 민원을 “국가 정책의 보물창고”라고 했다. 좋은 해결 사례를 소개하고 표창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과천 사례처럼 여러 기관이 얽힌 민원도 책임 떠넘기기 없이 해결할 수 있도록 처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반복 민원도 가려야 한다. 해결된 일을 거듭 문제 삼는 것과 원인이 남아 되풀이되는 것은 다르다. 폭언과 협박은 차단하고, 공무원을 보호하되 원인이 남은 민원까지 종결해서는 안 된다. 세 가지를 바꿔야 한다. 첫째, 같은 원인의 민원이 일정 건수를 넘으면 제도 개선 과제로 등록하고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둘째, 여러 기관이 얽힌 민원은 접수 단계에서 주관 기관을 정해 피해 구제까지 맡겨야 한다. 이견은 권익위가 기한 내 조정하고, 책임과 비용은 구제 뒤 기관끼리 해결해야 한다. 셋째, 처리 속도보다 같은 원인 민원의 재발률로 평가하고 근본적으로 해결한 공무원을 보상해야 한다. 권익위는 정부 출범 첫해 반복 민원 약 15만 건을 줄였다고 밝혔다. 줄어든 것이 민원 건수인지, 원인인지 밝혀야 한다. 민원을 줄이는 길은 민원인을 막는 데 있지 않다. 민원을 낳는 행정을 바꾸는 데 있다.※ 동아일보는 독자투고를 받고 있습니다. 각 분야 현안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이름, 소속,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 연락처와 함께 e메일(opinion@donga.com)이나 팩스(02-2020-1299)로 보내주십시오. 원고가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합니다. 내 생각은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횡설수설 청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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