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그림자금융 우려…규제 갖춰야"

1 week ago 12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이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자산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그는 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널리 사용할수록 탈중앙화라는 본래 취지에서 멀어질 수 있다”며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어서 정부가 직접 나설 게 아니라 민간에 대한 감독체계를 먼저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민간 스테이블코인 규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최근 기준금리 인하 이후 전통 금융의 탈 중개화가 가속하면서 소비자가 가상자산 투자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윤 전 원장은 “전통 금융에서의 예금 매력이 줄면서 디지털 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수 있고, 이는 국가 차원의 금융 리스크로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직 한국에서 디파이(DeFi)의 금융중개 기능이 제한적이지만 이 역시 점차 커질 수 있다”며 “감독 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전 원장은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금융 시대의 현금’으로 표현했다. 그는 “가치 안정화를 위해 담보자산에 투자하고 이 때문에 비트코인 등 자산가격이 오르는 현상도 나타난다”며 “이는 마치 국채 수요가 늘어 금리가 내려가는 효과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안정적일수록 탈중앙화라는 개념과는 멀어진다”며 “결국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관리 문제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 전 원장은 이어 “디지털 자산과 전통금융의 중개 기능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며 “당국은 디지털 파이낸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기존 금융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지를 평가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수단이 아닌 금융시스템 전반을 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만큼 규제 사각지대에 둬선 안 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국은 전통금융 시스템과 디파이 시스템에 대해 동일한 수준의 검사와 규제 원칙을 세워야 한다”며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해서도 투자자 보호와 자산보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관계 정립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과도 긴밀히 연결될 수 있어 자칫 정부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신뢰를 훼손할 수도 있다”며 “민간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 예금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면 이 또한 공공성을 갖춘 규제 대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그는 “규제 없이 시장에만 맡기면 디지털 그림자 금융이 될 수 있다”며 “특정 기업이나 플랫폼에 집중되면 금융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원장은 “우리는 기축통화국이 아니어서 굳이 스테이블코인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실물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다. 금융 인프라는 이를 보완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이 사회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려면, 통화와 금융시스템이 먼저 안정된 상태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디지털자산의 제도화는 충분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되어선 안 된다”며 “기술이 앞서 간다고 해서 정책이 성급히 따라가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 보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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