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통상장관들 회담 예정
日은 방위비 인상은 피하고
무기 수입 확대 카드 내밀듯
미국과 일본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세기의 무역협상에 돌입한다. 다음주부터 미국과 협상을 본격화하는 한국에 일본은 통상·국방·조선업 협력 등으로 의제가 판박이처럼 닮아 있어 중요한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무역 불균형의 핵심 요소로 비관세 장벽인 엔화 저평가 문제를 집중 제기할 것으로 관측돼 이에 대한 일본의 대처가 주목된다.
16일 NHK 등 현지 언론은 일본 측 관세 담당 각료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이날 도쿄 하네다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현지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담할 예정이다. 일본은 이번 협의에서 일본이 미국의 최대 투자국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관세가 양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또 미국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확인해 차기 협상을 위한 과제로 가져간다는 전략이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이날 공항에서 "무엇이 가장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 이를 지키는 협상을 할 것"이라며 "협상 상대인 베선트 장관 등과 신뢰관계를 확고히 구축해 양국에 '윈윈'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관세 부과 철회 조건으로 무역적자 해소와 달러 강세 시정, 미 국채 추가 매입, 방위비 인상 등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협상에 일본이 끌어들이고 싶지 않은 것은 방위비 인상이다. 반면 미국은 관세와 방위비를 묶은 '패키지 딜'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2022년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해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이었던 방위 관련 예산을 최근 1.8%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미국은 방위 관련 예산을 GDP 대비 3%까지 올리고 주일미군 주둔 경비도 더 부담하라고 압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요미우리신문은 "정부는 방위비 인상 대신 미국산 무기 구입을 협상 카드로 내밀 가능성이 있다"며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언급한 수송기 구입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미국에서 스텔스 전투기 'F35A' 등의 구매를 결정한 바 있다.
엔화 약세 시정도 중요한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중국과 일본이 자국 통화 약세를 유도해왔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일본이 엔화를 강세로 유도하는 방법으로 3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때 미국과 일본 간 금리차가 축소돼 금리가 낮은 엔을 빌려 높은 금리의 달러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빠르게 청산되면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