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세계적인 ‘패배자(loser)’들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3~16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3개국을 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타르로부터 대당 4억 달러(약 5600억 원)에 달하는 보잉 ‘747-8’ 항공기 한 대를 선물 받기로 했다. 역대 미 대통령이 외국에서 받은 선물 중 최고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늘을 나는 궁전’으로 불리는 이 비행기를 2029년 1월 퇴임 전까지 미국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퇴임 후에는 소유권을 트럼프 도서관으로 넘겨 사실상 자신이 보유할 뜻도 밝혔다.
야당인 민주당은 “현직 대통령이 외국 정부와 결탁해 노골적인 뇌물을 받았다”며 의회 차원의 조사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민주당을 ‘패배자’라고 조롱하며 공짜 선물을 왜 마다하느냐고 맞섰다. 전용기 선물을 둘러싼 미 정계의 갈등이 계속되고,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 35년된 낡은 에어포스원에 불만
11일 ABC뉴스 등에 따르면 카타르 왕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방문에 맞춰 보잉 항공기를 미 국방부에 기증하기로 했다. 카타르 측은 당초 이 비행기를 트럼프 도서관에 곧바로 기증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중 쓰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방부 기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팸 본디 법무장관과 데이비드 워링턴 백악관 법률 수석은 국방부가 항공기를 기증 받은 뒤 대통령의 퇴임 전 트럼프 도서관으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건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미 플로리다주에 있는 항공우주기업 ‘L3해리스 테크놀로지’에 이 항공기를 에어포스원으로 개조하는 작업을 맡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때부터 낡은 에어포스원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현재 사용되는 에어포스원 두 대는 1990년 도입된 보잉 ‘747-200’이다. 노후 기종으로 잦은 정비가 불가피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보잉으로부터 두 대의 ‘747-8’을 에어포스원으로 납품받기로 했다. 그러나 2024년 인도받기로 했던 한 대는 코로나19, 보잉 하청업체의 부도 여파 등으로 인도 시점이 2027년으로 늦춰졌다. 나머지 한 대는 아예 그의 퇴임 후 납품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에서 카타르 측이 선물을 제안하자 덥썩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에너지기업인 BP에 따르면 카타르는 천연가스와 원유 매장량에서 각각 세계 3위와 14위에 오른 자원 부국이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한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1만5075달러(약 1억6110만 원)으로 세계 4위다. 미 공군의 해외 최대 기지인 알우데이드 기지를 보유하고 있어 미국과의 안보 협력도 깊다.
● 민주당 “노골적 뇌물수수” 비판
민주당과 주요 시민단체들은 이해충돌 우려를 제기하며 반발했다. 애덤 시프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헌법이 정한 외국 수익금지 조항을 위반했다. 노골적 부패”라고 비판했다. 미 헌법은 공직자가 의회 동의 없이 외국 정부로부터 선물, 돈, 직위 등 어떤 선물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안 우려도 크다.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은 외국 정부가 준 비행기를 에어포스원으로 쓰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감청 장비 등을 탐지하기 위해 해당 항공기를 완전히 분해해 점검해야 하고, 기체 자체가 안전한지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항공 전문가는 CNN에 “에어포스원은 미사일 공격, 핵폭발 충격파 등으로부터 미 대통령을 보호해야 한다”며 민간 비행기에 암호화된 통신 시설을 갖춰 전 세계 어디서든 군과 연방정부를 관리할 수 있게 하려면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든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판이 쏟아지자 11일 트루스소셜에 “국방부가 공짜 항공기 한 대를 받게 된다는 것은 매우 공개적이고 투명한 거래”라며 “비열한 민주당원들은 우리가 그 비행기에 대해 최고가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세계적 수준의 패배자”라고 비난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중동 국가 순방에서 지정학 사안보다는 대규모 투자 협약 등을 받아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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