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홍수로 최소 82명 숨진 가운데, 가족을 구하고 목숨을 잃은 20대 젊은 가장의 가슴 아픈 사연이 알려졌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이날 텍사스주 힐 컨트리에서 27세 남성 줄리안 라이언이 자신의 어머니와 여자친구, 아이들을 구하고 숨졌다.
사고는 이날 새벽 발생했다. 라이언 가족은 전날 밤부터 폭우가 쏟아진 과달루페강 인근 트레일러에 거주했는데, 강물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새벽 중 그의 집까지 들이닥쳤다.
지역 식당에서 일하던 라이언은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갑자기 집안으로 물이 밀려들어 오자 잠에서 깬 그와 여자친구는 어머니와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옆 방으로 달려갔다.
처음에는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현관문을 힘겹게 닫고 방 안에서 911에 신고 전화를 넣었지만, 그동안에도 물은 빠르게 불어날 뿐이었다. 단 20분 만에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오르자 라이언은 아이들을 매트리스 위로 올리고 창문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현관문은 이미 탈출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수압 때문에 창문이 열리지 않아 창문을 통한 탈출도 쉽지 않았다. 결국 라이언은 맨손으로 창문을 깨기 시작했고 창문을 깨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깨진 유리 조각이 팔을 관통하면서 동맥이 끊어졌다.
일대가 물에 잠기면서 구조대는 제시간에 현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여자친구인 크리스티나 윌슨은 "그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렸고, 살아남지 못할 거라는 걸 안 것 같았다. 오전 6시쯤 라이언이 우리를 바라보며 '미안해, 나는 못 갈 것 같아. 모두 사랑해'라고 말했고 몇 분 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유족은 라이언에 대해 "그는 이 이야기의 영웅이다. 그는 우리를 구하려고 노력했고, 우리는 영원히 그에게 감사하며 그를 그리워할 것이다. 그는 여전히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을 통해 매일 그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P 통신에 따르면 지난 3~4일 이어진 폭우로 텍사스주에서 최소 82명이 사망하고 41명이 실종된 상태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