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의 미식 경험은 일반 레스토랑의 그것과 다르다. 예술작품 감상의 여운과 함께 미각, 후각의 기억이 어우러져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든다. 꼭 전시 관람을 위한 방문이 아니어도 좋다. 소음이 적은 한적한 공간에서 명작들과 즐기는 미술관 레스토랑과 카페를 소개한다.
런던 빅토리아&앨버트(V&A)뮤지엄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장식, 공예, 디자인 미술관으로 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 카페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제임스 갬블, 윌리엄 모리스, 에드워드 포인터 등은 1868년부터 빅토리아 시대 객실 형태로 카페를 디자인했다. 브리치즈, 피스타치오, 사과 샌드위치 외에도 케이크와 커피를 즐길 수 있다. 건물 중간에 펼쳐진 가든 카페는 런던 사람들의 휴식처이자 관광객의 쉼터. 박물관 꼭대기 층의 멤버십 전용 카페는 채광이 좋아 느긋하게 애프터눈티를 즐기는 사람들로 매일 붐빈다.
렘브란트, 반 고흐, 베르메르 등의 명작으로 가득한 암스테르담국립미술관(Rijksmuseum)에는 Rijks 레스토랑이 유명하다. 브뤼셀 콩나물, 송아지 요리 등 지역 메뉴로 2016년 미쉐린 스타를 받았다. 1년 내내 주기적으로 미쉐린 스타 셰프들이 게스트로 합류해 매년 새로운 메뉴를 만날 수 있다.
스페인 북부 구겐하임빌바오엔 세계 50대 베스트 레스토랑에 선정된 네루아가 있다. 5, 9, 14, 18코스 시식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데 1년마다 계절 메뉴가 바뀐다. 미쉐린 스타 셰프 호세안 알리자가 이끄는데, 5코스의 간단한 구성에도 굴과 새우, 디저트까지 수준급으로 내놓는다. 프랭크 게리의 건축적 영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자랑 중 하나는 미쉐린 2스타 셰프 아브람 비셀이 이끄는 더모던. 메인 레스토랑 예약이 어렵다면 바에서 메뉴를 경험할 수 있다. 더키친 테이블에선 주방을 들여다보며 시식 메뉴를 맛보는 경험이 좋다.
로스앤젤레스(LA)에 간다면 해머미술관의 룰루도 놓치지 말길. 전설적인 셰프이자 음식 운동가인 앨리스 워터스가 기획하고, 유명 셰프 데이비드 타니스가 음식을 만든다. 지역에서 생산된 지속가능한 재료로 이름이 나있다.
시카고 미술관에선 테르조피아노를 찾아가 보자.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모던 아트 윙에 있는 이 레스토랑은 시카고의 극적인 스카이라인 전망이 압권이다. 유명 셰프 토니 만투아노가 유기농 수제 이탈리아 메뉴를 내놓는다. 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