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조정이 소비지출을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비지출이 주식 시장 의존도가 높은 부유층에 크게 의존한다면서 이같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와 S&P 500 지수는 지난주에 고점 대비 10% 넘게 하락하며 기술적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영국 러퍼 인베스트먼트의 펀드매니저 알렉스 사르트르는 "미국처럼 초금융화된 경제에서는 자산 가격이 경제를 주도할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자산 가격 하락이 실물 경제 여건을 약화할 위험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S&P 500 지수는 2023~2024년 53% 상승하며 탄탄한 미국 경제를 유지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현재 미국 소득 상위 10%가 전체 미국인 소비지출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이 같은 비율은 30년 전 36%에서 상승한 수치다.
또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 조사에 따르면 2022년 현재 소득 상위 10% 가구가 평균적으로 약 210만달러(약 30억4000만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순자산의 32%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4년간 이들 상위 10% 가구는 지출을 58% 늘렸다. 주식 투자를 하는 계층은 부유층뿐만이 아니다. Fed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국 가구의 금융자산 중 43%가 주식 자산이다. 사상 최고치다.
많은 저소득 가구가 주식 자산을 갖고 있지만 전체 가구의 주식 자산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심각한 증시 침체로 인해 가계가 지출을 줄이는 이른바 '부의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소비자 지출이 위축되고 있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델타항공, 운동용품 업체 풋락커, 잭 다니엘 위스키 제조업체인 브라운-포먼 등은 소비자들이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9% 감소해 2023년 3월(-1.1%)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다만 비정상적으로 추운 날씨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4일 발표된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도 2022년 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시간대는 "미국 경제 상황에 큰 변화가 없지만, 개인 재정 상황, 노동시장, 인플레이션, 사업 환경, 증시 등 다양한 경제 측면에서 미래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