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를 듣는다
사람들 소리는 사라져도
우리는 아직도물소리로 살아서
허옇게 소리치고 있다.
누구인지,엎드린 사람에게는물소리가 들린다.
휘어지지 않기 위하여
휘어지는 밤
가슴으로 듣는 물소리
―권달웅(1944∼ )1984년에 나온 평론집 ‘젊은 시인들의 상상세계’에서 김현 평론가는 이 시를 고평한 적이 있다. 이 작품은 물가의 시가 아니며 어두운 방에 엎드린 사람의 시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평론은 40년 전에 이뤄졌고 시는 그보다 더 오래됐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시에서는 오랜 세월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작품은 40년 전이 아니라 올해 4월을 생각하며 읽기에 부족함이 없다. 좋은 사람은 늙어가도 좋은 시는 늙지 않는 법이다. 세월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는 사실은 예술 작품의 특별함이며 매력이다. 그리고 모든 시인은 본능적으로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죽기 전에 명작을 남기려고 한다. 사람은 가도 의미는 남아 영원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린다. 이제 사람들은 떠났고 사람 소리도 사라졌지만 가늘고 희미한 물소리가 있다. 그래서 남아 있는 사람은 그 물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물소리의 근원지는 시의 말미에서 밝혀진다. 그것은 가슴속이다. 어둠 속에 앉아 자기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소리를 듣는 한 사람이 그려진다. 사람을 가슴에 묻으면 물소리가 될까. 꿈과 희망을 가슴에 묻으면 물소리가 되나. ‘휘어지지 않기 위해 휘어지는 밤’이라는 표현이 마치 아프지 않기 위해 아파하는 밤으로 들려 마음이 저 물소리로 향한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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