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징역 선고하고 가석방 걱정하는 판사들 [오늘과 내일/신광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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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영 논설위원 며칠 전 장윤기 사건 1심 선고가 내려진 법정에서의 일이다. 재판장이 판결 요지를 빠르게 읽어 내려가다 양형 사유에 이르자 한 문장씩 또박또박 속도를 늦췄다.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 필요 최소한도의 응보로서 마땅하고, 또 옳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이 끊임없이 교차했다.” 그럼에도 부득이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형을 선고한다던 재판장은 재판부 3인 모두의 일치된 견해라면서 피고인에게 결코 가석방이 허용돼선 안 된다고 했다. 진정한 양형 이유는 피고인이 수감 생활의 고통 속에서 종신토록 참회하게 하는 것이지, 형 집행 도중에 ‘선처’가 있어선 안 된다는 말로 선고를 마쳤다. 사형은 어렵고 무기는 20년 뒤 출소 우려 흉악범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판사들은 그런 고뇌를 판결문에 자주 내비쳐 왔다. 세 모녀 살해범 김태현 사건 재판부는 “학계의 비판을 무릅쓰고서라도 피고인에게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이 집행돼야 마땅하다는 의견을 밝힌다”고 했다. 여성 2명을 살해한 최신종 사건에서도 재판장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범죄자가 가석방돼 다시 죄를 짓는 경우를 다수 접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조속히 입법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판사들의 이런 걱정엔 이유가 있다. 영구적 격리가 필요할 정도의 죄를 진 사람이 풀려나 재범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무기수는 20년 이상 복역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된다. 마지막 사형 확정 판결이 있었던 2016년 이후 10년간 140명의 무기수가 가석방됐다. 올해도 13명이 풀려났다. 무기수가 1300명 안팎(연평균)인 걸 고려하면 100명 중 1명꼴이다. 이들이 중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살인으로 무기징역을 살다 가석방으로 나온 60대 남성은 2023년 또 사람을 죽여 두 번째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지난해엔 가석방된 무기수가 과거 연인을 스토킹해 재수감된 일도 있었다. 법무부가 수형 태도와 재범 가능성을 따져 가석방한다고 하지만 완벽하게 걸러낼 순 없다. 그렇게 위험한 범죄자라면 애초에 사형을 선고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실질적 사형 폐지국’이다. 사형선고는 ‘예외 중의 예외’일 때만 가능하다. 간혹 1, 2심에서 사형을 선고해도 상급심에서 번번이 감형됐다. 그래서 판사들은 두 가지 선택을 해왔다. 하나는 “가석방은 안 된다”고 판결문에 선언하는 것이다. 이는 법적 효력은 없다. 가석방은 행정부의 권한이다. 가석방을 막는 우회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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