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부터 진행 중인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침체한 글로벌 맥주 시장에 호재로 떠오르고 있다. 참가국 확대와 경기 수 증가로 대회 기간 전 세계 맥주 소비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AB인베브와 하이네켄 등 글로벌 맥주 업체들이 수혜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주류 소비 둔화와 무알코올 제품 확산으로 성장세가 꺾인 업계에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최대 수혜자는 맥주 업계
1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북중미 월드컵으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410억달러(62조8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세계무역기구(WTO)가 공동으로 실시한 월드컵의 사회경제적 영향 분석 결과다.
월가는 호텔과 항공, 광고 업계 등이 월드컵 특수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도 가장 큰 수혜 업종으로는 맥주 업계가 꼽힌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북중미 월드컵 기간 전 세계 맥주량이 10억파인트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제프리스는 역대 월드컵 기간의 맥주 소비량을 분석해 이 같은 추정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올해 월드컵은 참가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돼 총 104경기가 치러진다. 이는 이전 대회 64경기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개최국인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가 모두 맥주 소비가 많은 국가라는 점도 소비 증가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미국과 멕시코는 각각 세계 2위와 4위 맥주 소비국이다. 기린홀딩스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맥주 소비량은 2234만㎘, 멕시코는 1078만7000㎘를 기록했다. 전체 경기의 약 75%가 미국에서 열리는 점도 업계에 긍정적이다.
경기 편성 시간도 맥주 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국가가 참가하는 경기의 84%가 현지 음주 수요가 집중되는 오후 5시~11시 사이에 중계될 예정이다. 에드 먼디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아메리카와 유럽은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들과 개최국이 있는 지역”이라며 “이들 국가는 전 세계 맥주 소비량의 약 55%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등 월가에서는 코로나를 비롯해 버드와이저, 스텔라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AB인베브가 최대 수혜 기업이 될 것으로 봤다. AB인베브는 1986년부터 월드컵 후원사 자격을 유지해왔다. 이 중 버드와이저는 이번 월드컵의 공식 맥주 스폰서다. AB인베브의 마케팅 책임자인 마르셀 마르콘테스는 “이번 월드컵은 역대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이번 월드컵에 거는 기대가 크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때는 경기장 내 금주 조치가 내려져 맥주 소비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당시 버드와이저는 해당 조치 이후 ‘버드를 집으로 가져오자’라는 캠페인을 펼치며 판매하지 못한 맥주를 모두 우승국으로 보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맥주 제조업체의 국가별 시장 점유율을 고려하면 하이네켄 역시 월드컵 특수를 노릴 수 있다. 제프리스 분석 결과 하이네켄 연간 판매량은 0.27%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주 지역 시장 점유율이 낮은 칼스버그는 증가율이 0.15%에 그칠 전망이다.
◇ 맥주 사회적 가치 알릴 기회
제프리스 추정치를 전체 연간 판매량과 비교하면 증가 폭은 약 0.3% 수준이다. 비율 자체는 적지만 침체한 맥주 업계에는 의미 있는 규모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업계가 비용 증가와 수요 부진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WSR에 따르면 주요 주류 시장에서는 소비 지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맥주 판매량은 2024년 대비 1% 감소했다. 미국과 브라질 등 대형 시장에서 소비가 위축된 데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무알코올 맥주 판매량은 8% 증가했다.
소비자들의 음주 습관이 변화하면서 주류 업계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업계는 무알코올 및 저알코올 맥주나 프리미엄 라인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칼스버그는 2024년 청량음료 사업 확대를 위해 영국 음료업체 브리트빅을 인수했다.
하이네켄은 맥주 소비의 사회적 가치를 홍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돌프 반 덴 브링크 하이네켄 최고경영자(CEO)는 알코올의 유해성에 대해 논쟁할 때 맥주가 ‘사회적 윤활유’로서 갖는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외로움과 정신 건강 문제가 만연한 이 시대에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맥주의 역할은 중요하다”며 “음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는 타당하지만 균형 있는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맥주는 가장 오래된 소비재 중 하나”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월드컵 특수가 실제 실적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별 성적에 따라 수요 예측이 빗나갈 경우 재고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모건스탠리는 “한 국가가 예상보다 일찍 토너먼트에서 탈락할 경우 기업이 재고 과잉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며 “재고 출하 시점에 어떤 국가가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변수”라고 말했다. AB인베브 측은 이에 대해 “수요 변화에 따라 재고를 신속하게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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