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당할 뻔했다"…일본 여행 가려던 직장인 '당황'

1 day ago 3

여행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행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 30대 직장인은 최근 한 온라인 여행사(OTA)에서 일본 도쿄의 호텔을 예약하려다 당황했다. 검색 당시 1박에 7만원으로 본 숙소가 결제 직전 봉사료, 세금 등 각종 금액이 더해져 총액이 14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 금액만 생각하고 꼼꼼하게 계산 안했으면 모르고 결제할 뻔했다"고 말했다.

다음달 '황금연휴'를 앞두고 국내외 여행업계가 모객에 힘 쏟고 있다. 5월1일(근로자의날)부터 주말인 3~4일, 어린이날과 부처님 오신 날이 겹친 5일, 6일(대체공휴일)까지 연달아 쉴 수 있어 여행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업계에선 통상 3일 이상 연휴가 이어지면 국내 여행 대비 해외여행객이 늘어난다고 본다. 이에 최저가 보장제부터 항공 호텔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쏟아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황금연휴 모객 할인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글로벌 OTA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파격 할인 혜택을 내세우고 있다. 트립닷컴은 일본행 항공권을 2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슈퍼 데스티네이션'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또한 인기 도시 호텔을 최대 30% 할인, 액티비티 할인도 병행한다. 아고다 역시 특정 지역 숙소에 적용할 수 있는 할인 코드를 발급하고 있다. 일부 국가 숙박 상품에는 최대 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문제는 최종 금액이 처음 표기된 가격과 다르다는 소비자 불만이 쏟아지는 것이다.

40대 직장인 김영현 씨는 "올해 초 일본 숙소를 예약했는데 최초 검색 때 표시된 가격보다 결제 가격이 20%가량 더 높게 나와 낭패를 겪었다"며 "허위광고와 뭐가 다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방이 단 1개 남았다"거나 "지금 예약하지 않으면 매진된다" 같은 실제 수요와 무관하게 소비자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다크 패턴'도 불만 사항으로 지적된다. 다크 패턴이란 온라인상에서 이용자를 속이기 위해 교묘하게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말한다.

사진=한국소비자원

사진=한국소비자원

이러한 소비자 피해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2024년 국제거래 소비자상담 동향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 서비스 관련 상담은 1만395건으로 전년(7029건) 대비 47.9% 급증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항공권·숙박 예약 불만이다. 특히 '취소·환급 지연 및 거부’가 8954건(39.2%)으로 가장 많았다. '위약금·수수료 부당청구 및 가격 불만'은 3874건(17%)으로, 전년 대비 무려 70.6%나 늘었다. 소비자원은 항공·숙박 등 서비스 상담이 늘면서 해당 사업자의 판매정책(취소 수수료 등)에 대한 불만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소비자원이 해외 사업자의 소재국이 확인된 1만2800건을 분석한 결과, 본사 소재지가 '싱가포르' 인 상담이 5636건(44%)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중국(홍콩)' 2590건(20.2%), '미국' 1175건(9.2%), '스웨덴' 854건(6.7%), '말레이시아' 349건(2.7%)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소비자원은 "싱가포르 상담의 경우 지난해 대비 90.5% 증가했다"며 "해외 글로벌 OTA인 아고다와 트립닷컴 상담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고, 2개 사 관련 상담이 싱가포르 전체 상담의 98.6%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최종 가격을 표시하는 국내 OTA와 다른 해외 OTA 결제 환경을 인지하고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우진 한국벤처창업학회장(국민대 교수)은 "표시된 가격에 수수료와 옵션이 붙어 소비자는 최종 결제단계까지 가야 총액을 확인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사전에 이런 부분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OTA가 시장을 과점하면서 불공정한 가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게 큰 문제"라며 "독과점 지위 남용을 막는 OTA 관련 규제들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원은 국제 거래 소비자 상담을 지속 모니터링해 소비자 피해가 많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거래주의보를 발령하는 등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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