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심사역이 계약직…VC업계 흔드는 KB인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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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심사역이 계약직…VC업계 흔드는 KB인베스트

올해 4월 KB인베스트먼트의 수장으로 선임된 윤법렬 대표(사진)의 조직 개편이 국내 벤처캐피털(VC)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실적 악화를 겪는 다른 VC 회사들 역시 윤 대표의 시도를 벤치마킹하면서 조직 개편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윤 대표는 4월 취임 직후 모든 심사역을 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심사역이 회사와 맺는 계약 기간은 2년이다. 이 기간에 성과를 내면 추가로 4년을 연장해 총 6년을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VC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저성과자에 대한 ‘2+2’ 제도다. 2년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추가 2년 동안 만회할 시간을 주되, 그렇지 못할 경우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식이다. 윤 대표는 “임직원들의 고용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회사에 건강한 긴장감과 부담을 주기 위해 기획했다”며 “업계 리더들과 시니어들과의 대화를 통해 오랜 고민 끝에 도입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사무실의 구조도 확 바꿨다. 윤 대표 부임 전 KB인베스트먼트는 서울 청담동 신영빌딩의 2개 층을 사무실로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철거를 통해 1개 층만 쓰기로 했다. 이번 철거로 각 심사역에게 제공된 개인 집무실까지 모두 없애며 슬림한 조직 운영을 도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는 법률가 출신으로 KB증권에서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는 “KB증권 시절부터 투자 프로세스의 체계화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K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별도 기준 64억원의 적자를 냈다. 영업수익은 전년 대비 13% 감소한 517억원을 기록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업계 관계자는 “윤 대표가 돈이 되는 포트폴리오 확보와 투자금 회수로 실적 개선을 위해 조직 대수술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표의 파격적인 시도는 VC업계의 주목 대상이다. 지난해 한국의 17개 주요 VC 중 12개가 전년 대비 역성장을 기록하며 실적 악화를 경험하고 있어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 금융그룹 계열 VC는 정규직에 노조까지 있어 느슨한 조직 분위기가 문제가 되곤 했다”며 “KB인베스트먼트의 실험에 다른 금융그룹 계열 VC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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