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학군'엔 불황 없다…부동산 침체에도 반등한 '이곳'

3 weeks ago 10

'명문 학군'엔 불황 없다…부동산 침체에도 반등한 '이곳'

“대구 집값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교육열이 높은 범어동 집값은 잘 안 떨어져요. 다들 매수 기회를 엿보고 있거든요.” (대구 직장인 A씨)

명문대를 많이 보내는 고등학교나 잘 발달된 학원가 등 교육 여건이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구만 해도 지난 1년 새 아파트값이 5.0% 하락했지만 범어동 주요 아파트는 2023년 저점을 찍고 모두 반등하는 추세다. ‘힐스테이트 범어’ 전용면적 84㎡는 지난 7일 15억6500만원(15층)에 거래됐다. 작년 8월 거래된 같은 층수(15억2500만원)보다 높은 가격이다.

'명문 학군'엔 불황 없다…부동산 침체에도 반등한 '이곳'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3.3㎡당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서울에서 강남구(8162만원), 서초구(6865만원), 송파구(5975만원) 순으로 높았다. 경기에선 과천시(6721만원), 성남시 분당구(4359만원)가 높았고 평촌 학원가가 있는 안양시 동안구(3143만원)도 높은 순위에 들었다. 재건축 이슈로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과천을 빼면 대체로 교육 여건이 뛰어난 곳이다.

'명문 학군'엔 불황 없다…부동산 침체에도 반등한 '이곳'

이들 지역은 비싼 집값만큼 대학 입시에서 값어치를 할까? 지난해 한국은행이 내놓은 보고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은 “그렇다”고 말한다. 부모의 소득 수준을 통제해도 서울과 비(非)서울 간 서울대 진학률에 차이가 나타났는데, 연구자들은 학생 잠재력은 그 차이의 8%만 설명한다고 분석했다. 나머지 92%는 ‘거주지역 효과’ 때문이었다. 부모가 똑같이 부유하고, 학생이 똑같이 잠재력이 높아도 사교육 여건에 따라 입시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보고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한국은행 보고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사교육의 효능에 대한 다른 시각도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출신의 박경인 박사와 한국은행 조사역 출신의 권준모 크리에이티브탱크 대표는 최근 펴낸 책 <교육의 수익률을 높여라>에서 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데이터를 제시한다. 사교육에 쓰는 돈과 시간은 날로 늘어나는데 전반적인 학업성취도는 떨어지는 모습, 중고등학생의 자살시도율이 늘어나는 모습 등이 데이터에 드러난다.

책은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의 2010년 보고서 ‘학업성취도, 진학 및 노동시장 성과에 대한 사교육의 효과 분석’를 소개하며 “사교육을 많이 받는다고 학업성취도나 수능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학업 성적이 뛰어난 학생일수록 사교육을 더 많이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사교육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2010년 기준 고3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가 100만원 늘었을 때 수능 전국 석차는 영어와 수학에서 각각 4등 오르는 데 그쳤다.

‘재수를 하면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통념도 들여다본다. 서울대와 의대 정시 모집에서 N수생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재학생보다 졸업생이 수능 평균 점수가 더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엔 착시 효과가 있다. 재학생은 전체 성적 하위권부터 상위권을 모두 포함하지만, N수생은 원래 성적이 좋았던 학생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한경DB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한경DB

사교육이 학업 성적을 높인다거나 좋은 입시 결과를 가져온다는 ‘인과 관계’를 밝히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통계학엔 ‘사과는 사과와, 오렌지는 오렌지와 비교해야 된다’는 격언이 있다. 예컨대 대치동의 효과를 밝히려면 대치동 학원에 다니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대치동 학원 여부를 빼고 모든 면에서 같아야 한다. 대치동이 아니더라도 학군이 좋은 지역으로 이사하는 가족은 그 자체로 교육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뜻하는데, 그런 요인들을 통제해야 제대로 된 인과 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도 주가와 같아서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사교육의 실제 효과를 떠나 좋은 학군지 거주가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면 이들 지역 집값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들 지역에 살지 않는다고 자녀 교육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고 불안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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