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엇갈린 투자효과 분석
씨티, 성장률 0.4%P 상향조정
모건스탠리, 생산성 향상 기대
메모리 다운사이클이 최대 변수
블룸버그, 팹 분산땐 역효과
'메가프로젝트'를 놓고 외국계 금융기관이 한국 경제의 성장률과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반도체 산업의 집적 효과는 약화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목소리가 엇갈린 것이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씨티·바클레이스·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지난달 29일 발표된 반도체 클러스터·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 투자 계획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잇따라 발표했다.
IB들은 대규모 설비투자가 단기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은행은 지난 1일 정부의 메가프로젝트 투자 계획을 근거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4%포인트 높은 3.5%로 파격 상향했다. 이는 한국은행 전망치인 2.6%를 0.9%포인트나 웃도는 수준이다. 씨티는 향후 15년간 서남권 팹에 단행될 800조원 규모의 투자가 매년 53조원 상당의 설비투자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이러한 낙수 효과를 성장률 산정에 적극 반영했다.
바클레이스 역시 2026년부터 2035년까지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에 투입될 연평균 투자액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5.8%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부문별로는 반도체 투자가 명목 GDP의 2.6%,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3.2%를 각각 점유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투자가 차질 없이 이행될 경우 2030년까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5~0.7%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030년 이후 AI 활용이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의 생산성 혁신으로 본격 전이될 경우 성장률 제고 효과는 최대 1.0~1.5%포인트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성 향상이 전 산업으로 확산되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 역시 동반 상승 궤도에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은 대규모 투자의 실현 가능성을 전적으로 확신하지 못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발표대로 4700조원 규모의 투자가 2040년 로드맵에 따라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생산자본스톡의 지속적인 확충을 통해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를 늦추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IB들은 기반시설 부족, 한정된 자원, 메모리 사이클 등이 향후 낙수 효과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진단했다. 모건스탠리는 전력과 용수, 숙련 인력 및 공급망이 적기에 확보되지 않을 경우 투자 일정 자체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본 지출 부담이 급격히 가중되는 점을 주요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바클레이스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가 2023년 메모리 업황 악화(다운사이클) 국면에서 설비투자 규모를 대폭 축소했던 사례를 상기시키며 정부의 장밋빛 전망에 경계감을 표시했다. 향후 시장 변동성에 따라 민간기업의 투자 집행 의지가 언제든 후퇴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꼬집은 것이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전략산업을 활용해 지역 균형발전을 추진한다는 정책 방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반도체 생산 거점의 분산이 산업의 집적 효과를 떨어뜨릴 가능성을 경계했다.
특히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대만의 고밀도·고집적 반도체 생태계를 비교 사례로 들며 "한국의 보다 분산된 모델은 사업 추진 속도와 수율 관리, 기반시설 조율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 역시 수도권 단일 거점만으로는 전력·용수·용지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대만처럼 여러 지역에 생산 거점을 분산하되 각 권역에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인력·인프라스트럭처를 집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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