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컴포즈 다닥다닥 붙어있는데…'빽다방'에만 직장인 몰렸다 [현장+]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 인근 한 빽다방 매장 앞. 입구 곳곳에 ‘아샷추 1000원 할인’ 문구가 적힌 종이가 나붙고 야외에 놓인 테이블에도 관련 홍보물이 부착돼 있었다. 빽다방 매장 옆으로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더벤티 등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수요가 분산되기 쉬운 곳이지만 이날 빽다방을 찾는 손님들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이날 오후 2시까지 이 매장 주문 건수는 200건을 넘어섰다. 잔 단위로 환산하면 실제 판매량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가 300억원 규모 가맹점 상생 방안의 일환인 ‘빽다방 릴레이 프로모션’으로 주요 인기 메뉴 가격을 대폭 낮추자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연초부터 백 대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며 브랜드 이미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가맹점주 부담을 줄이고 고객 유입을 늘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선 단기 매출은 증가하겠지만 브랜드 이미지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빽다방은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 대상으로 다음달 12일까지 총 3회에 걸쳐 릴레이 음료 할인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금은 1차로 아샷추(아이스티에 샷 추가) 1000원 할인 프로모션이 진행 중이다. 할인이 적용된 빽다방의 아샷추 가격은 2400원(24온스·709ml)으로 경쟁 업체인 메가커피(3600원), 컴포즈(3500원), 더벤티(3500원)보다 1100~1200원 저렴하다.

할인 효과는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소재 한 빽다방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정모 씨(30대)는 “평소 아이스티 베이스를 하루 5통 정도 사용하는데 할인 시작 후로 7통 이상은 준비해 둔다”며 “직장인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점심시간 전후로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빽다방 직원도 “오후 3시 기준으로 아샷추만 100잔 넘게 팔렸다. 아마 다음달 아메리카노 할인이 시작되면 고객이 더 몰릴 것 같다”고 말했다.

빽다방은 아샷추 할인에 이어 다음 달 5~7일 아이스 카페라떼를 1000원에 판매하고 같은 달 10~12일에는 아메리카노(핫·아이스)를 500원에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메가커피, 컴포즈 커피 등 주요 저가 프랜차이즈의 동일 메뉴 가격이 각각 2700~3000원, 1800~2000원선임을 감안하면 반값도 안 된다.

광화문·종각 일대는 주요 공공기관과 금융회사 등이 밀집한 대표적인 오피스 상권으로 직장인 유통 인구가 특히 많은 곳이다. 고물가 장기화로 점심값, 커피값 걱정이 커진 직장인들에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경우가 많다. 동료와 함께 빽다방을 방문한 직장인 최모 씨(30대)는 “요즘 커피값도 부담되는데 저가 커피 중에서도 가격이 가장 저렴해서 찾아왔다. 할인 행사가 점주 피해 없이 진행된다면 많이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프로모션이 일시적으로 매출 증가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기업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해소하기엔 어렵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있다. 직장인 김모 씨(30대)는 “평소엔 회사 건물 안에 있는 카페를 가는데 오늘은 할인한다길래 한 번 와봤다”라며 “확실히 저렴하긴 하지만 기업 이미지가 크게 나아질 것 같진 않다”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할인이 다른 저가 프랜차이즈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고물가 시대라 단기적인 매출 상승은 기대할 수 있지만 그동안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얘기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