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법안 통과에 등돌려
“낭비와 부패” 공화-민주 싸잡아 비판
상하원 의석 확보, 캐스팅보트 노려
美언론은 “양당제 벽 허물순 없을것”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 시간) 공화·민주 양당을 대신할 제3의 신당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한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호 친구(퍼스트 버디)’로 통하며 최측근으로 여겨졌던 머스크가 이젠 대통령에게 맞서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드는 데 직접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 머스크는 신당에 대해 “80%의 중도를 대표할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억만장자라도 미국 정계의 양당제 벽을 허물 순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 머스크는 X에 “우리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낭비와 부패로 나라를 파산시키는 ‘일당제’ 속에 살고 있다”고 썼다. 양대 정당인 공화당과 민주당이 낭비와 부패에 있어 다를 바가 없다는 것. 전날 머스크는 X에 “상원 의석 2∼3석과 하원 선거구 8∼10곳에 집중할 것”이라며 “매우 근소한 의석 수 차이를 고려할 때, 그것은 논쟁적 법안에 결정적 표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며 진정한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도록 보장할 수 있다”고도 했다.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에 약간의 의석을 확보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면 지금처럼 연방 상·하원에서 공화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공화당은 상원 53석, 하원 220석을 확보해 민주당(상원 45석, 하원 215석)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머스크는 아메리카당이 공화당이나 민주당과 독자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독립 정당으로 기능할 거라며 “입법 논의는 양당과 모두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앞서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이 담고 있는 대규모 감세 관련 내용을 언급하며 재정적자가 크게 늘어날 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법안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신당 창당을 언급했다.다만, CNN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에 아메리카당이 정식으로 등록됐다는 기록은 없다. 워싱턴포스트(WP)는 머스크가 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하원의원 2명 중 1명인 토머스 매시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공화당 경선에서 매시를 반드시 낙선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미 언론들은 머스크의 아메리카당 창당 발언에 주목하면서도 미국 정치 지형상 제3당이 성공하기는 힘들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WP는 승자 독식 선거제, 까다로운 주 법률 등 양당제를 정착시킨 제도적 장벽을 들어 “머스크가 세계에서 가장 부자지만, 제3당을 의미 있는 운동으로 발전시키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1992년 유권자들에게 “제3의 선택”을 제공해 양당 독점을 깨겠다며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했던 억만장자 기업인 출신의 로스 페로는 한때 전국 득표율 19%를 얻으며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여세를 몰아 1995년 개혁당(Reform Party)을 창당했지만, 제3당으로 안착시키는 데 실패했다.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으로 연방정부 구조조정에 나서며 진보 진영 유권자들에게 큰 반감을 산 것도 부담이다. 또 머스크는 DOGE에서 물러난 뒤 트럼프 진영과 갈등을 벌이면서 공화당 내 영향력도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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