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OTT發 달러 유출 … 작년 지식서비스 적자 16조
챗GPT 사용자만 2345만명
클로드는 1년새 12배 껑충
1인당 사용액 갈수록 늘어
개발자는 月100만원 쓰기도
국산 AI 경쟁력 못 키우면
원화값 하락 가팔라질수도
클로드, 챗GPT, 제미나이 등 국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끄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원화 경쟁력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매달 자동으로 결제되는 AI 구독료가 미국 빅테크로 빠져나가며 '달러 유출 통로'로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국산 AI 서비스는 자국 소비자에게조차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소버린 AI를 개발하지 못하면 원화값 추락이 한층 심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5일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클라우드·소프트웨어 구독 등 해외 플랫폼 이용 확산에 따른 지식서비스수지 적자는 2023년 55억9000만달러(약 8조6000억원)에서 내년 206억3000만달러(약 32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불과 4년 만에 네 배 가까이 커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자 급증이 지식서비스수지 적자 폭을 확대하는 결정적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4월 챗GPT의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345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제미나이(845만명)와 클로드(241만명)도 같은 달 나란히 최대치를 새로 썼다. 1년 새 클로드 사용자는 12배, 제미나이는 11배 늘었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두 명 중 한 명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생성형 AI 앱을 켜는 셈이다.
문제는 이 모든 서비스가 미국 회사의 것으로, 달러로 결제되는 구조라는 점이다.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의 유료 플랜은 월 20달러 안팎으로, 유료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구독료는 고스란히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미국 본사로 흘러간다. 특히 AI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매달 결제가 반복되는 구독형 요금제를 운영 중이다. 달러 지급 부담이 구조적으로 굳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생성형 AI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싱크탱크 AI 이코노미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한국의 생성형 AI 사용률은 전 분기보다 6.4%포인트 오른 37.1%를 기록했는데, 이는 조사 대상 국가(80개국) 중 가장 큰 증가 폭이었다.
AI 서비스 가격이 갈수록 비싸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앤트로픽 등 선도 AI 기업이 주기적으로 고성능 모델을 내놓는 방식으로 매출 확대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앤트로픽이 내놓은 최상위 모델 '클로드 페이블5'는 기존 월정액 구독에 포함되지 않고 쓴 만큼 크레디트를 충전해 결제하는 종량제 방식을 도입했다. 요금은 직전 최상위 모델인 오퍼스 4.8의 두 배 수준이다.
개발자 사이에서 사실상 업무 필수 서비스가 된 상위 요금제 '클로드 맥스'는 월 100~200달러로 일반 유료 플랜(월 20달러)의 최대 10배에 달한다. 이용자 수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1인당 달러 유출액 자체가 계단식으로 뛰는 국면이다. 30대 개발자 A씨는 "월간 200달러 요금제를 써도 개발을 하다보면 기본 사용량을 금방 소진한다"며 "추가 크레디트를 구매하다 보면 월 100만원 이상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들의 AI 에이전트 도입이 확산되면서 컨설팅 비용 등 해외 서비스 수요가 함께 늘어나 서비스수지 적자 폭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AI에 대항할 소버린 AI 개발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한국 기업의 존재감이 작다는 점도 걱정을 키운다. 다른 나라가 일정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자국 AI를 통해 일정 부분 국부 유출을 제한할 때 한국은 생성형 AI발 환율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일본 AI 연구기업 사카나AI는 다양한 거대언어모델(LLM)을 하나로 연결해 활용하는 AI 오케스트레이션 시스템 '후구'를 공개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딥시크 등 중국 생성형 AI 서비스는 보안 우려에도 압도적 가성비를 바탕으로 점유율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 정부 주도로 '국가대표 AI'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생성형 AI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 지출이 2023년 2250억달러(약 344조원)에서 2030년 6690억달러(약 1018조원)로 세 배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시장에서 한국이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커지는 파이가 곧장 한국의 달러 유출 증가로 이어진다.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는 국내 AI 모델과 클라우드, 데이터 인프라스트럭처를 키우는 소버린 AI 전략으로 서비스수지 적자 부담과 구조적인 달러 수요를 완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 이미 '디지털 적자'가 엔화 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일본만큼 규모가 크진 않지만 흐름 자체를 보면 점점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앞으로 상품수지 흑자 폭이 줄고 서비스수지 적자가 계속 확대된다면 환율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란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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