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영국판 올리브영 '부츠' 모회사, 결국 사모펀드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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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부츠 소유한 월그린부츠얼라이언스, 美PE에 매각
자회사 英 부츠에 어떤 영향 미칠지는 불확실
시카모어파트너스의 부츠 매각 가능성도 제기

  • 등록 2025-03-10 오전 11:09:08

    수정 2025-03-10 오전 11:09:08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영국판 올리브영 ‘부츠’를 소유하고 있는 미국의 대형 드럭스토어 체인 ‘월그린부츠얼라이언스(WBA)’가 결국 미국 사모펀드(PEF)운용사 시카모어파트너스에 매각된다. 양측이 매각 협상을 시작한 지 약 석달, 협상 테이블에 앉아 거래 조건을 세부적으로 뜯어본 지 한 달 만에 이뤄진 초스피드 거래다.

영국 자본시장에서는 이번 인수·합병(M&A) 거래로 WBA 자회사이자 영국에 180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부츠의 향후 거취에 관심을 쏟고 있다. 업계에선 시카모어파트너스가 부츠를 별도로 매각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모양새다.

10일 현지 자본시장에 따르면 미국 WBA는 시카모어파트너스와 100억달러(약 14조 5000억원) 규모의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거래로 WBA의 소액 주주들은 주당 11.45달러를 받게 되며, 월그린 산하의 헬스케어 브랜드 매각 여부에 따라 추가로 주당 3달러를 받을 수 있는 DAP 권리도 부여받게 된다.

WBA 매각가는 회사의 전성기 시절 기업가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회사의 부채가 눈에 띄게 증가했고, 온라인 쇼핑 확대에 따른 매출 부진에 따라 이러한 값이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M&A 거래는 연말 안으로 마무리될 예정으로, WBA는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된다.

WBA는 미국에서 8500개 이상의 드럭스토어를 운영 중인 대형 체인으로, 처방약과 뷰티, 헬스케어 제품을 판매한다. 회사는 지난 2012년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영국 부츠를 인수했으나 이후 적자가 늘자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결국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영국 자본시장에서는 이번 M&A로 영국의 1위 드럭스토어 체인이자 WBA의 자회사인 부츠의 향후 거취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각에선 시카모어파트너스가 부츠를 그대로 품기보다는 이를 매각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나설 것으로 보고 부츠의 별도 매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WBA 측은 앞서 “기업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그에 따른 변화가 필요하다”며 산하 브랜드 매각을 시사해왔다. WBA의 기업가치가 지난 10년간 90%가량 감소했던 만큼, 부츠를 별도 매각할 시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가치를 일부 회복할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여기에 부츠 별도 매각은 시카모어파트너스의 M&A 전략과도 일치한다. 리테일 분야 기업 인수에 강점을 지닌 시카모어파트너스는 투자 포트폴리오사의 사업 부문을 분리해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치는 사모펀드운용사다. 사업 부문을 분리하는 전략을 적용할 경우, 이 일환으로 부츠를 별도로 매각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영국 BBC를 비롯한 외신들은 “부츠는 소비자들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부츠는 모회사 WBA의 재정난으로 온라인 사업 확장과 럭셔리 뷰치 브랜드 라인업 강화, 물류 인프라 등에 투자하지 못했고, 결국 WBA와 오랜 기간 갈등을 겪었다. 부츠 사업이 매물로 나올 경우 관심을 표하는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속속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한편 WBA 측은 성명을 통해 “이번 매각으로 WBA의 헬스케어 전문성과 시카모어파트너스의 소매 전문성을 결합해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에서의 WBA 입지를 강화하게 됐다”며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고객에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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