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사모펀드 운용사 서울프라이빗에쿼티파트너스(이하 서울PE)가 참여한 투자 거래가 잇따라 무산되면서 해당 운용사의 딜 소싱 역량과 더불어 딜 완주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계약금 납부 이후 최종 클로징으로 이어지지 않는 흐름이 반복되자 업계에서도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PE는 최근 수년간 네이처리퍼블릭, 이니텍(053350), 위니아(071460), 아미코젠(092040) 등 다양한 거래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투자 종결 사례는 손에 꼽는다.
대표적으로 네이처리퍼블릭 사례를 들 수 있다. 서울PE는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150억원 규모 투자를 약속하고 지난해 4월 계약을 추진했으나, 실적 부진을 이유로 투자 조건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자금 납입을 지연했다. CB 발행 요건을 완화하고 납입 기한 연장을 시도했지만 아직까지 최종 클로징은 성사되지 않았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북미시장 확장과 2027년 기업공개( IPO)를 목표로 삼았으나 투자금 유입 지연으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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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PE 관련 이미지.(사진=서울PE) |
이니텍 인수 건은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서울PE는 로이투자파트너스·사이몬제이앤컴퍼니 컨소시엄과 주주간 계약을 맺고 인수를 추진했지만 이후 계약 위반 및 기망 행위를 문제 삼으며 고소까지 이어졌다. 실사 이후 협력이 깨졌고, 이니텍은 결국 다른 투자자인 엔켐에 인수됐다가 다시 매물로 나온 상태다.
위니아 사례도 유사하다. 서울PE는 회생 중인 위니아와 조건부 투자 계약을 맺고 1차 계약금을 납부했지만 2차 계약금은 끝내 납입되지 않아 계약은 해지됐다. 서울PE는 “경영정상화 의지가 미흡했다”고 밝혔고, 위니아 측은 “서울PE의 자금조달 실패가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위니아를 통해 투자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아미코젠의 경우에도 서울PE는 지난해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고 인수 희망가와 자금조달 계획을 제시했으나 매각가 협상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며 딜은 무산됐다.
최종 인수까지 이어진 건도 존재한다. 올해 초 서울PE는 무궁화신탁의 벤처캐피탈(VC) 계열사였던 송현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는 데에 성공했다. 서울PE는 송현인베스트먼트의 최대주주인 씨에스인베스트코가 보유한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송현인베스트먼트는 2012년 설립된 중견 VC로 그간 파두, 클로버추얼패션, 쏘카, 대성하이텍 등 다양한 기업에 투자해왔지만 지배구조 문제로 펀드레이징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후 무궁화신탁의 품에 안기면서 재도약을 시도하던 중 2년 만에 서울PE에 매각됐다.
업계에서는 개별 사례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지만 특정 운용사에서 유사한 패턴이 반복될 경우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에 정통한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서울PE는 경영권 분쟁, 복잡한 지분 구조, 회생 절차 등 대상 기업의 취약점을 활용해 인수전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딜의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다”며 “이는 적은 자금을 투입해 기업을 인수하려는 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실패 사례가 늘어날수록 서울PE의 역량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고 LP 입장에서도 이런 사례가 누적될수록 출자를 꺼릴 가능성이 커져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우려가 된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일정 수준의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접근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딜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시장과의 신뢰 관계가 무너지면 실질적 투자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해석에 대해 서울PE 측은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한재혁 서울PE 대표는 “딜에 참여만 하고 최종 계약까지 성사시키지 않는 걸 전략으로 삼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며 “LP(출자자)들로부터 신뢰도 하락과 관련한 컴플레인을 받아본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