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韓日 시너지 낸 K팝 그룹처럼…자본시장 협력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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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트와이스나 르세라핌 등 한국인과 일본인으로 구성된 K팝 그룹들처럼 글로벌 무대로 함께 진출할 한국 기업을 찾고 있습니다.”

일본 관서지역 주요 도시인 고베시가 한국 기업·투자자와의 협력을 제안했다. 지난달 20일 글로벌 대체투자 컨퍼런스(GAIC) 2025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고베시의 나오야 타카미 경제관광국 신산업창조과 이노베이션전문관과 코지 데구치 경제관광국 신산업 창조과 과장은 “고베시는 글로벌 스타트업·기업과 투자사에 열려있다”며 특히 “양국 인재가 합심해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자”고 운을 띄웠다.

이 둘은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고베시 신산업창조과에 몸을 담고 있다. 이곳은 스타트업, 경제단체 등 각종 기업에서 비즈니스 리터러시를 익힌 현업 출신 공무원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고베시 공무원들 외에도 정부, 대학, 투자자, 기업 관계자가 모여 일본과 글로벌 스타트업이 고베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본에 진출하려는 글로벌 기업·투자사 관계자들과 협력할 지점을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나오야 타카미 이노베이션전문관과 코지 데구치 과장에게 국내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일본 지역사회에서 어떤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들어봤다.

(왼쪽부터)고베시 경제관광국 신산업창조과 코지 데구치 과장과 나오야 타카미 이노베이션전문관이 고베시의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고베시)
◇ 왜 고베?…“첨단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즐비”

한국의 광주광역시와 면적이 비슷한 고베는 오사카, 교토, 나라 등과 함께 일본 관서지역에 자리한 도시다. 인구수가 149만명에 달하는 고베는 일본 내 경제 비중 약 15%를 차지하는 관서지역에서도 상당한 경제 규모를 지니고 있어 주요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나오야 타카미 이노베이션전문관은 “일본에는 대기업이 수도 도쿄뿐 아니라 지방 곳곳에 분포돼 있는데 고베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고베시 경제는 일본 주요 조선 3사 중 하나인 가와사키 중공업, 아식스, 일본 P&G 등 주요 대기업이 견인하고 있다. 이외에도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도시로 유명하다. 병원, 대학, 의료기관 350여 개가 모인 일본 최대 규모 의료 산업 클러스터와 마이크로소프트 인공지능(AI) 랩이 대표적이다.

고베시는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에도 열심이다. 예컨대 액셀러레이팅뿐 아니라 자금 조달과 비자 발급 등을 돕는다. 정리하자면 A부터 Z까지 일본과 글로벌 스타트업이 현지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컨설팅 교육과 각종 지원을 제공하는 셈이다.

보다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 현지 벤처캐피털(VC)과도 협력했다. 현지 VC인 빅 임팩트(BIG Impact)가 조성한 펀드에 지난 2021년 출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코지 데구치 과장은 “당시 일본에서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있었지만, 도쿄에만 집중됐다”며 “스타트업을 육성해 좋은 기업을 만들어 놔도 도쿄로 가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남던 찰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과 투자를 병행한 지원을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빅 임팩트와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빅 임팩트는 일반적인 민간 VC들과 달리 차별화되는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정부기관, 은행 그리고 기업 출신 관동·관서지방 출자자(LP)들과 협력해 일본 현지 스타트업이나 일본 진출을 원하는 국내 기업·스타트업을 돕고 있다. 구체적으로 아시아 지역 LP나 빅 임팩트와 연결된 자본시장 관계자와 전략 매칭시키는 컨설팅 업무도 함께 수행한다. 이런 협력 네트워크로 관동지역, 동아시아 특히 한국과 대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과 신기술을 관서지역으로 연결한다. 더 나아가 관서지역과 글로벌 시장 간 상호 연결로 지방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2025 글로벌 대체투자 컨퍼런스가 29일 서울 중구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렸다. 배승호 빅임팩트 이사가 ‘다시 뜨는 일본’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함께 글로벌 공략할 韓 기업 찾아

고베시는 자체적으로도 현지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업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업 진출 수요가 많은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을 돕는 식이다. 이를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와 시애틀에 사무소 두고 있다. 특히 시애틀은 고베시와 자매결연을 한 도시라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현지에 사무소를 차렸다는 설명이다. 아시아에서 유일한 마이크로소프트 인공지능(AI)랩을 고베시에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노력으로 가능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부터는 빅 임팩트를 통해 동아시아 지역 기업, 투자자들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코지 데구치 과장은 “고베 공항에 국제선이 생겼는데, 이를 기회 삼아 동아시아 국가 스타트업, 기업, 투자사 유치에 힘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고베시는 여러 글로벌 국가 중에서도 특히 한국과의 협력을 넓히고자 한다. 그는 “일본은 한국 서울과 비슷하게 도쿄에 벤처 생태계가 집중돼 스타트업 육성을 하고 있다”며 “한국 스타트업이 도쿄로 비즈니스 진출하는 것도 좋지만, 지방을 통해 진출하는 것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베시 관계자들은 특히 현지 대기업과 한국 스타트업을 연계하는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오야 타카미 이노베이션전문관은 “2년 전부터 도쿄 대기업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들이 소싱하는 채널이 고갈되는 상황이라 일본에서도 지방에 접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한국 스타트업이 일본 진출 시 지역사회에서 기술검증(PoC)이나 오픈 이노베이션 기회를 더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관광, AI, 로봇, 의료, 헬스케어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섹터의 한국 스타트업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은 아직 팩스로 소통하는 곳도 있을 만큼 디지털 전환(DX)이 더디다”며 “일본 시장이 크고 DX 레벨로 봤을 때 느린 경우가 많다 보니 여기서 한국 스타트업들이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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