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LG화학(051910)이 바닷물을 담수화해 산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워터솔루션 부문을 사모펀드(PEF)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PE)에 매각한다. 매각을 통해 확보될 1조원 이상의 현금을 석유화학 불황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 등 대외 불확실성 극복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의 이번 조(兆) 단위 거래가 국내 석화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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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워터솔루션부문의 RO멤브레인 필터. (사진=LG화학) |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글랜우드P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워터솔루션 부문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삼정KPMG가 매각 주관사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터솔루션 부문은 바닷물을 산업용수로 정화할 수 있는 RO멤브레인 필터를 만든다.
매각 대상은 청주 공장과 멤브레인 생산 기술, 글로벌 수처리 네트워크를 비롯한 사업부 전반이 포함됐다. 해당 사업부의 연 매출은 약 20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650억원 수준이다. 예상 매각가는 최대 1조3000억원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워터 인텔리전스(GWI)와 LG화학 자체 조사자료에 따르면 현재 LG워터솔루션의 RO멤브레인 글로벌 시장점유율(21%)은 일본 도레이에 이어 2위다.
글랜우드PE는 2호 블라인드 펀드와 함께 신규 조성 중인 3호 펀드를 활용해 거래 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후 워터솔루션 부문에 대한 추가 투자를 단행해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글랜우드PE는 지난해 LG그룹 계열 수처리 자회사 테크로스를 인수한 바 있다. 2023년에는 LG화학의 진단사업부를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대외 불확실성 대응을 위해 전격적으로 워터솔루션 사업부 매각을 결정한 만큼 국내 석화업계의 구조조정을 앞당길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을 시작으로 비핵심 사업 정리와 사업구조 재편에 나서는 석유화학 업체들이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동종업계의 롯데케미칼(011170)은 파키스탄을 비롯한 해외 법인 지분은 물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일본 소재기업 레조낙 지분을 매각하는 등 경영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효성화학(298000) 역시 특수가스사업부를 효성티앤씨(298020)에 매각하는 한편 베트남 법인 지분 49%를 특수목적법인에 넘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