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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환 메리츠증권 PB
"잃을 때는 지수만큼 잃고, 오를때는 지수의 2~3배 불려야"
"'사팔사팔' 대신 기다릴 줄 알아야 수익”
“신규 자금 있다면 현금 비중 80%…기회 때 진입할 것”
“복잡한 전략보다 중요한건 시장 대응력입니다. 물 들어올 때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면 노를 늘 쥐고 있어야 하죠.”
랩 계좌 2년간 누적 수익률 120%…"주식·현금 비중이 핵심"
이영환 메리츠증권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투자는 정확한 답을 맞히는 게 아니라 변수에 대처하는 과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메리츠증권의 장기 우수 운용 PB인 ‘MVP PB’ 8명 중 하나다. 고객 자산을 직접 운용하는 일임형 랩어카운트 ‘MVP 랩’을 맡고 있다. 그가 운용 중인 ‘1호 고객’ 랩 계좌는 지난 2년 2개월간 누적 수익률이 약 120%에 달한다.
이 PB는 전업투자자,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을 두루 거쳤다. 메리츠증권 합류 직전엔 약 8년간 헤지펀드 매니저로 일했다. 이 과정에서 변동성 대응을 가장 중시하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PB는 “시장이 내릴 때는 지수만큼 잃고, 오를 때는 지수의 2~3배 수익을 내 계좌를 불리는 게 운용 지론”이라며 “이를 위해선 주식과 현금 비중 조절이 핵심”이라고 했다.
1호 고객 계좌 역시 약 30% 현금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대응력을 확보해두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이달 초 HD현대중공업 주가가 HD한국조선해양의 블록딜에 이어 교환사채(EB) 발행이 겹쳐 주가가 급락했는데, 조선업종을 ‘톱픽’으로 보고 있었기에 이같은 조정을 기회로 봤다”고 했다.
그는 “시장의 흐름을 따라 투자해야 오래 수익을 낼 수 있다”며 “매일 쏟아지는 뉴스와 데이터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주식은 결국엔 실적의 함수입니다. 짧은 주기별 데이터를 보며 ‘사팔사팔(빠르게 사고팔기)’ 하다보면 고점에 물리는 매매를 하기가 쉬워요. 그보다는 확신이 있는 섹터 안에서 종목을 선별해 매수한 뒤 기다리고, 데이터는 분기별 수익 정도를 따져보는 게 수익을 내는 방법입니다.”
이 PB는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매주 일요일마다 주간 전망 자료를 만들고 있다. 그는 “매주 증시 주요 일정과 관련 종목을 추리며 투자 아이디어를 점검한다”며 “이같이 데이터 정리를 반복하다보면 시장의 패턴과 키워드가 보이기 때문에 15년째 같은 루틴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신규 자금이라면 전면 진입은 않을 것"
연초 대비 코스피지수는 34.67% 올랐다. 그는 이를 두고 “주가순자산비율(PBR) 1.1배 수준이라 과열 구간은 아니다”라면서도 “이제부터는 자사주·세법 개정 등 증시 관련 정책 실행 속도와 구체성 등을 확인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의 기대가 실제 현실화되는 속도 등에 따라 추가 상승여력이 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신규 자금이라면 전면 진입해 추격매수를 하기 보다는 관찰과 대기를 기조로 포트폴리오를 짤 것”이라며 “80%는 현금으로 두고, MSCI 편입 기대 종목에 일부 단기 투자하는 한편 주도주인 조선·방산을 담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과 방산업종은 실제 수주와 이익 개선이 이어지고 있고,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을 동반한 구조적 상승 구간을 거치고 있어 주도업종 역할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랩, 전문가 투자 결정 곧바로 확인이 장점"
메리츠증권의 지점운용형 랩 잔고는 이달 1조원을 넘겼다. 작년 말에 비해 약 21%가 불어났다. 똑같이 돈을 맡기더라도 투자자들의 주도권이 상대적으로 높아 최근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이 PB의 설명이다.
“랩은 투자자가 실시간으로 자신의 계좌 운용 내역을 볼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일반적인 펀드는 통상 반기·연간에 보고서를 받는 ‘블랙박스’에 가깝다면, 랩은 운용자가 그날 어떤 종목을 매수·매도하는지 바로바로 알 수 있는 ‘유리상자’인 격입니다.”
그는 “최근엔 전문가의 투자 전략을 참조하기 위해 상품에 가입하는 투자자들도 많다”며 “오프라인 미팅을 통해 운용자와 투자 철학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운용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