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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순항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이후 반사이익 기대가 커지면서 당분간 업황 호황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주 ETF 수익률 껑충…기자재 업체도 '방긋'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1월7일~14일) 사이 'SOL 조선TOP3플러스'가 11.60% 상승해 거래소 상장 ETF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TIGER 조선TOP10'(9.90%)와 'KODEX K-친환경조선해운액티브'(8.97%)도 각각 3, 4위, 'HANARO Fn조선해운'(8.14%)도 6위로 집계됐다. 한화엔진(28.22%), 한화오션(25.85%), HD현대마린엔진(10.95%), 동성화인텍(7.50%) 등 주요 구성 종목들이 같은 기간 급등하면서 조선주 ETF 상승을 견인했다.
한화엔진은 연초 대규모 수주 낭보가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지난 7일 회사는 6292억원 규모의 선박용 엔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경영상 비밀 유지에 따라 계약 상대를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중국 조선사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오션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및 필리조선소 인수 등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38.30% 증가한 10조2456억원,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한 1659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11조3626억원, 5778억원에 달한다. 조선 기자재 전문기업 HD현대마린엔진(옛 STX중공업)은 지난달 27일 중국과 126억4632만원 규모의 선박엔진 공급 계약을 체결해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현대힘스(35.36%), 케이프(15.19%), 태광(15.25%) 등 다른 조선업 기자재 관련주도 낙수 효과를 누릴 것이란 예상에 해당 기간 강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조선업은 호황세를 보였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전세계 누계 수주는 6581만CGT(2412척)로 전년 동기 4920만CGT(2320척) 대비 3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 4645만CGT(70%), 한국 1098만CGT(17%), 일본 등 기타지역은 838만CGT(13%)로 집계됐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국 조선업체들이 작년 하반기 건조량을 크게 웃도는 신규 수주량을 기록했다"며 "밸류체인을 모두 갖추고 맺은 계약이 아닌 관계로 국내 필수기자재 후속 계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 반사이익 기대...호황 지속될 듯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조선업과 관련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재차 강조하면서 국내 업계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조선업은 미중 경쟁 구도에서 물자수송 및 방위산업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주는 주요 산업으로 꼽힌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6일(현지시간) 보수성향 라디오 '휴 휴잇 쇼'에 유선으로 출연해 해군을 재건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점이 주목되는 이유다. 트럼프는 "우리는 하루에 배를 한 대씩 만들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면서 "그것을 다시 시작하길 원하며 어쩌면 우리는 선박 건조에 동맹국을 이용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이후 두 달만에 또 다시 협력을 언급한 것이다.
미국 해군 군함의 건조와 유지·보수·정비(MRO) 분야 일감을 한국이 맡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미국은 번스-톨리프슨 수정법에 따라 7함대 소속 함정을 제외한 다른 군함의 해외 건조와 보수·정비 위탁을 금지하고 있다. 트럼프 취임 이후 예외 조항이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미국 국방부는 중국 해운 대기업인 코스코 해운(Cosco Shipping)과 세계 최대 조선사인 중국 CSSC(China State Shipbuilding Corp)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중 지정학적 갈등이 부각되고 있어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중 지정학적 이슈들로 유조선 부문의 운임이 상승하고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 경쟁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조선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에도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바꾸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