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출렁인 가상화폐 시장
“돈벌이하나” 실망감 급락 후
전략자산 지정 기대에 급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일을 맞아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극대화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20일새벽(한국시간) 영부인 멜라니아가 밈코인을 발행한 여파로 5%가량 급락했다. 하지만 취임식이 예정된 이날 오후(미국 동부시간은 20일 새벽)가 되자 한 시간 만에 8.3% 급등하면서 10만9500달러 선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가상자산 시장은 트럼프가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산업을 진흥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다만 한편으로는 취임 직전 밈코인 발행 행보를 토대로 가상자산 시장을 사적인 돈벌이 수단으로 봤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트코인은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20일 오후 4시 10만9000달러를 넘어섰다. 비트코인이 10만9000달러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처해온 트럼프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선 트럼프가 취임식에서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다.
전날 트럼프 일가가 운영하는 탈중앙화금융(DeFi) 업체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은 4800만달러 상당의 이더리움을 매수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다.
다만 일각에선 트럼프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자신의 밈코인인 ‘오피셜 트럼프’를 출시하고 이어 19일에는 멜라니아의 밈코인 ‘멜라니아밈’을 출시한 행보에 대해 실망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가 공식 밈코인을 출시하고 이날 오후 2시 30분까지 트럼프와 멜라니아의 밈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의 시가총액이 148조원어치 증발했다.
트럼프 코인이 출시됐던 17일만 해도 시장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트럼프는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에 지속적으로 가상자산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대통령으로서 가지는 상징성도 크다. 시장에선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일종의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가벼운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멜라니아 밈코인이 출시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멜라니아 공식 밈코인은 20일 오후 2시 30분 기준 시가총액 18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달성했다.
가상자산은 유통량을 기준으로 시총을 계산하는데 멜라니아 밈코인은 현재 1억6000만개만 유통 중이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멜라니아 밈코인은 13개월 내에 10억개의 코인이 모두 유통될 예정이다. 전체 시총은 111억달러(약 16조원)에 달한다. 현재 대부분의 물량을 멜라니아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가족의 이름을 건 밈코인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피셜 트럼프’가 지금보다 9배 더 올라 개당 560달러에 도달한다면 세계 최고 갑부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지난해 말 기준 재산인 4470억달러보다 많은 재산을 갖게 된다.
비영리단체 캠페인리걸센터의 이사 아다브 노티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전례 없는 일”이라며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있다”고 비판했다.
NYT는 “트럼프 가족의 코인 사업은 하룻밤 사이에 엄청난 이익을 창출하는 현상이 됐지만, 날로 거세지는 비판과 윤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밈코인 발행으로 대규모 인원을 블록체인 세계로 불러왔다는 평가도 받는다. 솔라나 기반 탈중앙화 거래소 문샷은 X(옛 트위터)를 통해 4000만개 이상의 신규 가상자산 지갑이 트럼프 밈코인 출시 이후 새롭게 생성됐다고 밝혔다.
발라지 스리니바산 전 코인베이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밈코인은 제로성 복권이다. 초기 급등 이후에는 결국 폭락하고 마지막 매수자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