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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뷰티 시장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LG생활건강의 목표 주가가 줄하향됐다. 주력 사업인 화장품 부문이 82분기만에 적자로 전환하며 '어닝 쇼크'를 기록해서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미래에셋·키움·DB·NH·상상인증권 등 총 5개 증권사가 LG생건에 대한 목표 주가를 내렸다. 가장 큰 폭으로 낮춘 곳은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이다. 기존 40만원에서 29만원으로 27.5% 하향했다. DB증권은 33만원에서 25만원으로 조정하며 가장 낮은 목표 주가를 제시했다.
LG생건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건 2분기 실적 부진 탓이 크다. 연결 기준 매출이 1조6049억원, 영업이익 548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8%, 65.4% 줄어든 규모다. 주목할만한 건 그룹의 핵심인 화장품 사업부가 20년6개월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화장품 사업부의 2분기 매출은 604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4% 줄었고, 영업손실은 163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문별로 보면 면세(전년 동기 대비 -36%), 중국(-12%), 그리고 국내 전통 채널(-19%)의 매출이 급락했다. 북미와 일본 매출은 늘었지만, 아직 비중이 미미해 전반적인 이익을 견인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높은 중국 의존도가 LG생건의 발목을 잡았다고 보고 있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 실적이 크게 축소됐지만, 여전히 면세를 비롯한 대중국 매출 비중이 20%에 달한다"며 "향후 중국 현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 럭셔리 화장품 시장 자체가 둔화하고 있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판매 채널이었던 면세 부문 실적도 부진했다. 가격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면세 채널에 공급하는 물량을 줄였을 뿐 아니라 면세 업황 자체도 부진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셀러기반의 기업간(B2B) 시장에서 '더후' 제품 가격이 훼손되는 사례가 있었다"며 "중국 시장에서 브랜드력을 유지하고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면세 채널 물량을 조정한 게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국내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진행 중인 만큼 당분간 LG생건의 이익 성장은 어렵다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현재 LG생건은 방문판매 등 국내 전통 채널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다. 허제나 DB증권 연구원은 "내수 채널 축소로 당분간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며 "그러나 중장기 사업구조 건전화를 위해 거쳐야 할 단계임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