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
신세계그룹 시스템통합(SI) 계열사 신세계I&C가 원칙으로 삼은 경영 전략이다. 다른 SI업체들이 기업의 인공지능전환(AX)을 도와주는 비즈니스 모델에 앞다퉈 뛰어들 때 신세계I&C는 리테일테크를 강화하는 ‘한 우물 전략’에 매진하고 있다. 그 덕분에 대만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 스파로스라는 인공지능(AI) 기반 리테일 서비스를 조만간 수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해외 못 갔지만…
신세계그룹의 오랜 염원은 해외 진출이다. 한때 이마트는 중국에서 월마트와 자웅을 겨룰 정도로 해외 영토 확장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이마트는 중국에서 철수했고, 베트남 합작법인마저 현지 파트너에게 넘기면서 해외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내수 위주인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신세계그룹은 매장 진출 대신 기술 수출에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정보기술(IT)과 유통의 결합을 통한 리테일테크에 AI를 얹으면 해외 고객을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한 건 막강한 데이터다. 신세계I&C는 1997년부터 그룹 유통 계열사의 결제, 고객관리, 매장 IT 시스템 구축 등에서 노하우와 기술력을 쌓았다. 2015년엔 자체 결제 기능인 SSG페이를 내놨다. 2021년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완전 무인 편의점을 선보였다. 이 과정을 거쳐 2022년 AI 리테일테크인 스파로스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리테일 매장의 공간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는 매장관리 플랫폼, 고객 계산대 이용 패턴을 분석해 이용 방법을 알려주는 AI 시스템 등을 하나씩 선보였다. 계열사인 편의점 이마트24에 신규 시스템을 ‘실험’하며 경험치를 쌓았다. 무인매장을 통해 축적한 구매 및 결제 데이터는 100만 건을 웃돈다.
◇스파로스 브랜드로 해외 공략
1996년 신세계그룹 공채로 입사한 양윤지 신세계I&C 대표(사진)는 그간의 데이터와 경험 축적이 올해부터 결실로 이어질 것으로 자신한다. AI 계산대 스파로스 스캔케어를 그룹 외 다른 매장에 이달 11일 최초로 적용했다. 고객이 상품 바코드를 찾아 스캔해야 하는 기존 무인매장 셀프계산대와 달리 고객이 구매할 상품을 바구니에 담아 스캐너에 인식시키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기술이다.
신세계I&C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이천공장의 직원용 무인 매장을 시작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AI가 상품을 자동으로 인식해서 결제 정보를 송출하기까지 채 1초도 안 걸린다”고 설명했다. 고화질 영상에서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AI를 학습시켜 타사 서비스 대비 인식 속도를 다섯 배 이상 높이고 정확도 역시 99.5%로 강화했다.
신세계I&C의 최대 강점은 높은 시장성이다. AI 리테일 기술을 당장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선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모델 경량화를 위해서 인텔과 협업해 고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하지 않고, 중앙처리장치(CPU)로도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는 모델을 지난해 자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신세계I&C는 IT와 유통 산업이 동시에 커지고 있는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등을 중심으로 스파로스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