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AI'로 뭉친 네이버·엔비디아…첫 합작품은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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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클라우드가 태국 인공지능(AI) 기업과 태국어 AI 모델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으로 돌아온 지 두 달 만에 확정된 글로벌 성과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협력을 통한 소버린 AI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중동 미국 등에 교두보를 마련한 데 이어 동남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하며 이 의장의 오랜 꿈인 ‘해외 영토 확장’에 속도가 붙고 있다.

◇ ‘글로벌 퍼스트’ 내세운 이해진

네이버클라우드는 태국의 AI전환(AX) 플랫폼 기업 시암AI클라우드와 태국어 기반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3일 발표했다. 네이버의 LLM 구축 경험과 시암AI클라우드가 가진 방대한 태국어 데이터,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태국어 특화 LLM을 구축할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엔비디아와 소버린 AI 구축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왼쪽 두 번째)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2일 대만 엔비디아 사무실에서 미팅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수연 네이버 대표, 이 의장, 젠슨 황 CEO, 제이 퓨리 엔비디아 총괄부사장,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네이버 제공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왼쪽 두 번째)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2일 대만 엔비디아 사무실에서 미팅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수연 네이버 대표, 이 의장, 젠슨 황 CEO, 제이 퓨리 엔비디아 총괄부사장,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네이버 제공

지난 3월 복귀한 이 의장은 잇달아 해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전날 대만 엔비디아 사무실에서 젠슨 황 CEO를 만나 소버린 AI 구축과 AI 데이터 사업 확장 방안을 논의했다. 대만 최대 이동통신사인 중화텔레콤 등과도 회동하는 등 대만 컴퓨텍스 참석차 머무르는 글로벌 테크기업 관계자들과 미팅을 진행했다. 다음달 초엔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현지 테크업계 관계자를 만난다.

이 의장 특유의 ‘글로벌 퍼스트’ 정신이 네이버에 다시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네이버를 창업한 다음해 일본 시장을 노렸을 정도로 글로벌 사업을 중시했다. 2000년 한게임재팬을 설립해 현지 검색사업을 타진했고, 2007년엔 검색업체 NHN재팬을 설립해 일본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성공시켰다. 이번에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 후에도 미국법인 신설 등 해외 사업 관련 의사 결정을 단행했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내수기업에서 탈피해 글로벌 AI 기업으로 제대로 변신하겠다는 이 의장의 의지가 확연히 보이는 행보”라고 평가했다.

◇ 동남아·중동 공략 통할까

라인야후 사태 이후 일본 사업에 비상이 걸린 네이버는 일본 외 다른 해외 시장을 키우는 게 절실하다. 네이버 매출 중 글로벌 사업 비중은 14% 안팎이다. 해외 매출 상당 부분은 일본 시장에서 나온다.

'소버린 AI'로 뭉친 네이버·엔비디아…첫 합작품은 태국

챗GPT 등 글로벌 빅테크의 AI 서비스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검색엔진을 활용한 국내 수익모델은 위협을 받고 있다. 챗GPT 등 AI를 활용해 정보를 얻는 이용자가 빠르게 늘면서 검색 광고 등 핵심 수익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테크업계 관계자는 “중동 동남아 등의 소버린 LLM 수요를 공략하는 것이 네이버에 남은 몇 안 되는 미래 선택지”라며 “미국 빅테크가 아직 적극 공략하지 않은 지역이라 ‘가성비’를 앞세운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는 필리핀 현지 기업과 소버린 AI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을 공동 추진하기로 하는 등 AI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부터 공략하고 있다. 중동 국가도 주요 공략지 중 하나다. 사우디아라비아에 현지 법인을 세웠다. 사우디 아람코 자회사인 아람코디지털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중동 지역에 최적화한 아랍어 기반 소버린 AI 개발도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엔 인도와 스페인 공략을 위해 테크 비즈니스 부문을 신설하고 전략사업 부문(중동·아프리카 정부 사업 전략), 전략투자 부문(북미 성장동력 발굴) 등 조직 내에 글로벌 삼각체계를 구축했다.

고은이/최영총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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