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中보따리상과 거래 전면 중단… “수익 개선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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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50% 대형고객… 업계 첫 포기
할인 확대 등 유치 경쟁 탓 손실 커져
“업계 1위 결정, 타 업체도 따라갈 것”

롯데면세점이 면세업계 최초로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국내 면세점이 손실 누적으로 고사(枯死) 위기에 처한 가운데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 수익성 강화를 위해 고강도 체질 개선에 나선 모습이다.

12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1월부터 다이궁들을 대상으로 한 대량 구매 판매를 중단한다. 다이궁은 지난해 롯데면세점 연 매출의 50% 수준을 차지하는 대형 고객들로, 대규모 매출 손실을 감수한 파격적인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이궁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면세업계의 매출을 좌우해 왔다. 다만 각 면세점이 다이궁 유치를 위해 제품 금액의 최대 50%를 할인율 등의 명목으로 지불하는 등 출혈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익 악화의 주범으로도 꼽혀 왔다.

예를 들어 면세점으로부터 정가 100원짜리 물건을 50원에 매입한 다이궁들이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서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방식이다. 다이궁들은 큰 이윤을 남기는 반면 면세점은 팔면 팔수록 손실을 떠안는 구조다. 면세점들이 상호 합의로 수수료를 인하해 35% 안팎으로 낮췄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롯데면세점이 선제적으로 다이궁과의 거래를 중단하기로 한 것은 이런 수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12월 선임된 김동하 대표가 결단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신년사에서 “과거 면세점이 볼륨 중심의 성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 활동을 추진할 시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던 면세점들은 ‘엔데믹’ 이후로도 외국인 관광객의 면세 수요 감소와 고환율 기조로 인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이에 다른 면세점들도 롯데면세점의 결정을 뒤따를지에 관심이 쏠린다.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은 아직까지 관련 계획을 구체화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 신호탄을 쐈으니 결국 다른 업체들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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