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첫 전기 SUV… 국내 인증 마무리 수순
최대 478km 주행 인증… 최고 630마력
상승세 타이칸과 동반 신차효과 기대
12년 장수모델 대체하는 유일한 EV
기본형 시작가격 9910만 원부터
포르쉐가 올해 브랜드 두 번째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선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경기침체에 따른 판매 부진과 전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책) 여파로 다소 위축된 상황. 이런 가운데 포르쉐는 주력 모델 신차와 새로운 전기차를 도입해 전동화 전환과 실적 반등을 병행한다는 전략이다.포르쉐코리아는 브랜드 첫 전기 SUV 모델인 ‘마칸 일렉트릭’을 올해 상반기 출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다고 13일 밝혔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포르쉐코리아 판매량은 8284대로 1만대 고지를 돌파하지 못했다. 신차 비수기 시즌과 파나메라, 911, 타이칸 등 주력 신차 출고가 하반기에 집중되면서 수치상 신차등록대수가 다소 저조했기 때문이다. 일부 모델은 여전히 계약 후 신차 인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포르쉐는 브랜드 첫 전기차 모델인 타이칸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출시 3년 차인 지난 2023년 국내 타이칸(크로스투리스모, 터보 등 포함) 판매대수는 1805대로 집계됐다. 전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이다. 이와 함께 사상 최초로 1만대 넘는 실적을 거둔 포르쉐코리아 연간 판매량 신기록 달성에도 기여했다. 한국의 전기차 시장 잠재력을 확인한 포르쉐는 작년 8월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거친 타이칸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한국 전용 ‘타이칸 터보 K-에디션’까지 선보였다. 새로워진 타이칸 국내 론칭 행사에는 케빈 기에크(Kevin Giek) 포르쉐AG 세단부문총괄 사장과 알렉산더 파비그(Alexander Fabig) 개인화·클래식부문 총괄 사장 등 글로벌 본사 주요 임원진까지 참석해 한국 시장의 높아진 위상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약 4년 만에 부분변경을 거친 타이칸은 내·외장 디자인을 다듬고 전기모터 성능을 강화해 전반적인 상품성이 대폭 개선됐다. 배터리 주행가능거리도 최대 500km 수준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전 타이칸은 지난 2020년 국내 첫 출시 당시 인증 과정에서 절차적 이슈로 주행가능거리가 200km대로 짧게 나온 바 있다. 배터리 용량과 제원 등을 보면 현행 400~500km대가 적절한 수준으로 보인다. 이렇게 상품성이 개선된 타이칸은 신차효과에 힘입어 판매량이 반등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 캐즘 여파에도 지난해 1000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면서 브랜드 실적에 힘을 보탰다.포르쉐 전기차 올해 ‘마칸’의 해… 볼륨모델로 본격 EV 시장 공략
포르쉐코리아는 두 번째 순수전기차인 마칸 일렉트릭을 출시해 전동화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전기차 판매 반등 추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마칸 일렉트릭 출시를 위한 준비는 반년 전부터 이뤄졌다. 작년 6월 국내에 마칸 일렉트릭을 처음 선보이고 7월부터는 사전계약 접수를 시작했다.마칸 일렉트릭은 포르쉐 최신 전동화 기술이 집약된 모델이다. 내연기관 마칸의 경우 넓고 큰 SUV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취향으로 인해 카이엔보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편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브랜드 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효자모델이다. 두 번째 전기차로 마칸을 앞세운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스포츠카 스타일 세단 타이칸으로 전동화 시대에도 유지되는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했다면 마칸 일렉트릭은 조금 더 실용적이고 대중적인 상품성으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을 책임지는 볼륨모델 역할을 예고한다. 차 이름을 물려받았지만 사실 마칸 일렉트릭을 내연기관 마칸의 전기차 버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개발 콘셉트부터 플랫폼과 파워트레인까지 근본적인 태생부터 차이가 크고 내·외관 디자인도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마칸 2세대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내연기관 마칸과 한동안 판매를 병행하기 때문에 구형 모델을 완전히 대체하는 일반적인 신차 개념도 아니다.
태생 남다른 ‘마칸 일렉트릭’… “내연기관 완전히 대체하는 첫 EV”
불과 3년여 전만 해도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가 조만간 세상을 지배할 것처럼 말했다. 기존 내연기관 주력 모델을 온전히 전기차로 대체하겠다는 과감한 발표도 이어졌다. JLR 재규어는 아예 전기차 브랜드 전환까지 선포한 상태. 다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 여파로 이러한 기세는 한풀 꺾였다. 아직까지 주력 모델을 전기차로 완전히 대체한 유명 완성차 브랜드는 없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내연기관 주력 모델인 E클래스와 S클래스를 판매하면서 동급 전기차로 EQE와 EQS를 선보였다. BMW는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전기차 버전을 함께 판매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전동화 라인업을 전개하고 있다. 3시리즈와 i3, 5시리즈와 i5, 7시리즈와 i7 등이 대표적이다. 라인업 전개 방식은 브랜드마다 다르지만 모두 기존 내연기관 모델의 입지를 전기차 시대에도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모습이다. 마칸 일렉트릭은 실제로 내연기관 마칸을 대체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 10년 넘은 장수모델 마칸이 보안인증 등의 이슈로 한계를 보이면서 다음 세대 내연기관 모델 대신 전기차 전환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셈이다. 다만 전기차 캐즘이 이어지면서 내연기관 마칸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자동차용 보안규제에서 자유로운 지역에서는 내년까지 판매가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는 미정이지만 내연기관 마칸 판매가 완전히 종료되면 마칸 일렉트릭은 내연기관 버전 없이 홀로서기 한 전기차로 거듭나게 된다. 규제로 인한 요인이 있지만 다른 완성차 브랜드가 함부로 단행하지 못한 꽤 과감한 도전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마칸 일렉트릭은 기존 인기모델을 완전하게 대체해야하는 전기차인 만큼 전작을 뛰어넘는 상품성 구현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러면서 타이칸을 통해 축적한 포르쉐 전기차 특유의 E-퍼포먼스도 고스란히 담았다고 포르쉐는 강조한다. 또한 엔트리 모델인 마칸 역할에 맞는 가격 최적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전기차지만 기본형 모델 시작가격이 1억 원을 넘지 않도록 책정했다. 포르쉐는 다채로운 옵션을 운영하기 때문에 시작가격이 큰 의미는 없지만 차급 포지션에 맞춰 시작가격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했다는 점은 노력상을 줄 만하다. 가격 경쟁력을 위해 중국 CATL 배터리를 탑재한 부분은 다소 아쉽지만 가격적인 측면 외에 해당 배터리 밀도와 성능에 대해서도 포르쉐는 마칸 일렉트릭에 최적화됐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차체 크기는 길이와 너비가 각각 4784mm, 1938mm, 높이는 1623mm다. 내연기관 마칸(4725x1925x1595)보다 덩치를 키워 조금 더 묵직한 SUV 실루엣을 구현한다. 휠베이스는 2893mm로 기존 마칸보다 100mm가량 늘렸다. 마칸은 후륜구동 모델 특성상 휠베이스 수치에 비해 뒷좌석 공간이 상대적으로 좁았는데 마칸 일렉트릭은 실제 수치는 물론 체감할 수 있는 공간감도 대폭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전체 크기는 현대차 싼타페와 투싼의 중간급에 해당한다. 전폭은 싼타페보다 넓기 때문에 조금 더 묵직하고 역동적인 자세를 보여준다.배터리 용량은 100kWh급으로 고용량에 해당한다.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NCM 삼원계 배터리를 채용했다. 1회 충전으로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유럽 WLTP 기준으로 최대 641km(마칸 후륜구동 기본형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작년 연말까지 국내 판매 예정인 마칸(후륜구동, 기본형)과 마칸 4, 마칸 4S, 마칸 터보 등 4종에 대한 환경부 인증을 완료했다. 복합(상온) 기준 마칸은 478km, 마칸 4 459km, 마칸 4S 455km, 마칸 터보는 433km로 인증 받았다. 저온 환경에서의 인증 수치는 각각 262km, 268km, 302km, 294km다. 상온에서 주행거리가 긴 기본형이 저온에서는 상위트림보다 주행가능거리가 짧게 나온 점이 독특하다. 또한 상위트림인 마칸 4S와 마칸 터보는 변경인증에 들어간 상태다. 배터리 용량이 비슷한 폴스타4(511km)와 비교하면 주행가능거리가 짧다. 대신 마칸 일렉트릭은 성능이 기본 300마력대부터 시작하고 폴스타4는 200마력대다. 주행거리 차이를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포르쉐에 따르면 출발 가속력을 극대화하는 론치컨트롤을 활성화하면 마칸 기본형이 최고출력 360마력(오버부스트 최고출력), 마칸 4 400마력, 마칸 4S는 516마력의 성능을 발휘한다. 최대토크는 각각 57.4kg.m, 66.3kg.m 83.6kg.m이다. 성능의 경우 국내 인증 수치와 일부 오차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내연기관 마칸에서 사라졌던 고성능 ‘터보’ 트림도 마칸 일렉트릭에서 부활했다. 사륜구동 방식으로 최고출력 630마력, 최대토크 115.3kg.m의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
후륜구동 기본형에는 직경 210mm 전기모터가 리어액슬에 장착됐다. 모터에는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카바이드를 적용한 480암페어(A) 펄스 인버터(PWR)를 탑재해 구동 효율을 높였다고 한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구동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장치라고 소개했다. 마칸 4S에는 직경이 230mm인 조금 더 큰 구동모터가 전륜과 후륜에 장착되는데 더욱 강력한 600A PWR이 적용된다.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와 전자식 댐퍼 컨트롤이 기본 사양으로 제공되고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과 포르쉐 토크벡터링 플러스(PTV Plus), 리어액슬 스티어링 등을 추가할 수 있다. 충전은 포르쉐 플랫폼 일렉트릭(PPE) 800볼트(V) 아키텍처를 채택해 최대 270kW급 급속충전을 지원한다. 최적 환경에서 배터리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약 21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실내는 타이칸 등에 적용된 브랜드 최신 인테리어 구성을 따른다. 12.6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 계기반과 10.9인치 센터디스플레이, 조수석 디스플레이가 장착된다. 차량 기능 조작 버튼은 터치와 물리버튼이 조합된 방식이다. 주요 옵션 사양으로는 신규 외장 컬러인 슬레이트 그레이 네오, 20인치 마칸 S 휠, 오프로드 디자인 패키지 등을 준비했다.마칸 일렉트릭은 작년부터 사전계약 접수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 판매가격은 시작가격을 기준으로 마칸 기본형이 9910만 원, 마칸 4 1억590만 원, 마칸 4S는 1억1440만 원이다. 고성능 모델인 마칸 터보는 1억3850만 원부터다.
포르쉐 관계자는 “마칸 일렉트릭은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에 이어 포르쉐 전기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두 번째 전기차 모델”이라며 “10여 년간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온 마칸이 순수전기차로 성공 스토리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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