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전서 각각 스위스-노르웨이 꺾어
마라도나 ‘신의 손’ 등 오랜 시간 앙숙… 통계업체 승리 확률 잉글랜드가 높아
사상 첫 FIFA 랭킹 1∼4위 팀 4강… 프랑스-스페인도 15일 맞대결

잉글랜드는 12일 미국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노르웨이를 2-1로 꺾었다. 아르헨티나는 같은 날 미국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8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3-1로 승리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아르헨티나와 4위 잉글랜드의 4강전은 16일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아르헨티나와 영국은 외교적으로, 또 축구에서도 무척 껄끄러운 관계다. 두 나라는 1982년 대서양 남단 포클랜드 제도 영유권을 두고 전쟁을 벌였고, 승리한 쪽은 영국이었다.
이후 두 나라의 축구 경기는 전쟁과 같은 열기 속에 치러졌다. 아르헨티나는 4년 후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8강전에서 2골을 넣은 디에고 마라도나(1960∼2020)의 활약을 앞세워 2-1로 승리했다. 이 경기에서 마라도나는 왼손으로 공을 건드려 골을 넣은 게 득점으로 인정돼 ‘신의 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이긴 쪽 역시 아르헨티나였다. ‘프리킥 마술사’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은 아르헨티나와의 대회 16강에서 디에고 시메오네를 걷어차 퇴장당했다. 수적 열세에 놓인 잉글랜드는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무릎을 꿇었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최고 스타에서 한순간에 역적으로 추락한 베컴은 2023년 공개된 한 다큐멘터리에서 “특정 기억을 지울 수 있는 약이 있으면 좋겠다”고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베컴은 2002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페널티킥 결승골을 터뜨렸다. 잉글랜드의 1-0 승리를 이끈 그는 그나마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에 몇 차례 큰 아픔을 겪은 잉글랜드지만 역대 대회 상대 전적에선 3승 1무 1패로 앞서 있다. 스포츠 통계 업체 ‘옵타’는 북중미 월드컵 4강전에서도 잉글랜드의 승리 확률(38.9%)이 아르헨티나(34.1%)보다 높다고 전망했다.
196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이후 60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잉글랜드는 나란히 6골을 기록 중인 해리 케인과 주드 벨링엄의 ‘쌍포’가 위력적이다. 득점 순위에선 출전 시간이 더 적은 벨링엄이 4위, 케인은 5위다. 이날 노르웨이전 승리의 주인공은 벨링엄이었다. 벨링엄은 잉글랜드가 0-1로 끌려가던 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터뜨린 데 이어 연장 전반 3분엔 역전골을 넣었다. 반면 7골로 득점 3위에 자리하고 있던 노르웨이의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은 이날 무득점에 그쳤다.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잉글랜드 팬들은 전설적인 영국 밴드 비틀스의 ‘헤이 주드’를 부르며 벨링엄에게 박수를 보냈다. 비틀스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는 벨링엄의 사진과 함께 “그는 언제나 (상황을) 더 좋게 만든다”는 글이 올라왔다. 헤이 주드의 가사를 활용한 게시글이다.
아르헨티나는 스위스와의 8강전에서 ‘축구의 신’ 메시가 득점에 실패했지만 최전방 공격수인 훌리안 알바레스와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연장 후반전에 1골씩을 터뜨려 3-1 승리를 거뒀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10분 메시의 코너킥을 알렉시스 마크알리스테르가 헤더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날 무득점에 그친 메시는 월드컵 연속 경기 득점 행진을 9경기에서 마감했지만, 개인 통산 월드컵 10호 도움을 기록했다. 월드컵에서 두 자릿수 도움을 기록한 선수는 메시가 유일하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22분 스위스의 당 은도예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5분 뒤 스위스 공격수 브릴 엠볼로가 ‘할리우드 액션’으로 이날 경기의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고 퇴장당하면서 수적 우위를 점했다. 아르헨티나는 연장 후반 7분 알바레스가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결승골을 넣은 데 이어 마르티네스가 오른발 슈팅으로 쐐기골을 터뜨렸다.이로써 사상 처음으로 FIFA 랭킹 1∼4위 팀들이 모두 4강에 진출하는 대진표가 완성됐다. 11일 벨기에를 2-1로 꺾고 4강에 오른 스페인(3위)은 15일 프랑스(1위)와 미국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결승 진출을 다툰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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