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13세 딸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용의자를 총으로 쏴 사망케 한 미국의 한 아버지가 2년 만에 공소 기각으로 재판을 면하게 됐다.
이 아버지는 “내 아이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해 지역 사회의 지지를 받았다. 또 재판을 앞두고도 아동 성범죄를 엄벌하는 보안관이 되겠다며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칸소주 특별 순회법원의 랠프 윌슨 주니어 판사는 이날 에런 스펜서에 대한 2급 살인 혐의 공소를 기각했다.
판사는 사건 당시 현장을 녹화한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가 수사기관의 관리 부실로 사라져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공소 기각은 형사 소송에서 절차상 중요한 결함이 있는 경우 유무죄 판단 없이 소송을 종결시키는 법원 결정을 말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법 집행기관의 행위가 너무나 중대하게 잘못돼 이 사건 기각이 정당화된다”고 짚었다.
당초 스펜서는 지난 2024년 10월 당시 13세였던 딸을 상대로 한 스토킹, 성범죄 등 수십 건의 혐의로 기소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마이클 포슬러(67)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스펜서 측은 그가 포슬러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실은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딸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강조해왔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사건 당일 밤 스펜서는 사라진 딸을 찾아다니다 포슬러의 트럭 조수석에서 딸을 발견했다. 스펜서는 포슬러와 다툼을 벌였고, 이후 911에 전화해 자신이 포슬러를 총으로 쐈다고 자진해서 신고했다.
검찰은 스펜서가 살해를 계획했으며, 포슬러를 추격하는 동안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었다며 유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포슬러 트럭 내부 카메라의 영상과 음성이 사라지면서 핵심 증거가 소실됐다는 데서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로노크 카운티 보안관실 소속 형사는 총격 현장에 출동해 포슬러의 트럭에서 카메라를 떼어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배터리가 방전되도록 방치해 카메라가 기본 설정으로 되돌아갔다.
포렌식 검사를 위해 카메라가 검찰에 전달됐을 때는 트럭에서 수거될 당시 들어 있던 메모리카드가 사라진 상태였다.
스펜서 측은 카메라 속 영상과 음성이 스펜서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증거를 담고 있었을 수 있다며 공소를 기각해달라고 신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스펜서 측 변호인은 “법원 결정에 감사한다”며 “이 아버지는 자기 자녀를 보호했다는 이유로 애초에 기소돼선 안 됐다”고 밝혔다. 스펜서 역시 성명에서 “이 장이 끝난 데 감사한다”며 “이제 가족과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펜서는 살인 혐의로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도 로노크 카운티 보안관 선거에 출마했다. 올해 3월 치러진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현직 3선 보안관을 꺾고 후보로 선출되기도 했다.
스펜서는 선거 과정에서 아동 성범죄 대응하는 전담팀 신설을 공약하는 등 자신의 사건과 관련한 문제들에 초점을 맞춰왔다. 오는 11월 보안관 선거 본선에 출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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