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안정적인 원금 보장.’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 업체가 피해자를 유혹할 때 앞세우는 전형적인 문구다. 후속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선행 투자자의 원금을 돌려막는 폰지 사기는 가상자산 시장 성장과 함께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런 폰지 사기를 추적하는 정보기술(IT) 업체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추적 분석 전문기업인 클로인트는 최근 5000명 이상의 피해자를 낸 ‘퀀트바인’ 폰지 사기 사건을 추적 분석한 뒤 내용을 28일 공개했다. 퀀트바인은 미국 달러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 테더(USDT)에 투자하면 하루에 2%(연 13만7600%)의 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시세 차익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돌연 자금 인출을 중단한 뒤 잠적했다.
클로인트는 출금 정지 시점 직후인 이달 11일부터 퀀트바인의 웹사이트, 모바일 앱과 가상자산 지갑 주소를 분석했다. 그 결과 모바일 앱에서 악성코드 파일을 다수 발견했고, 해당 악성코드가 피해자들의 개인정보 유출과 연관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또 퀀트바인의 가상자산 지갑 주소를 추적 분석해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 추정 금액이 280억가량인 것도 파악했다.
가상자산과 결합된 폰지 사기는 익명성과 자금세탁 기술이 발달한 탓에 경찰의 범죄 추적이 어려운 분야다. 클로인트는 최근 퀀트바인과 비슷한 구조를 지닌 또 다른 네 개 프로젝트에서도 동일한 악성코드를 확인했다. 클로인트 관계자는 “사기 범죄의 특성을 패턴화해 데이터를 쌓고 있다”며 “범죄의 사전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