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동남아 도전장 던졌는데…그랩, M&A로 '차량호출 슈퍼앱'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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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카오모빌리티

사진=카카오모빌리티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호출 애플리케이션(앱) 간 합병이 한층 가시화하면서 최근 이 지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K플랫폼'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장은 직접 경쟁하는 형태가 아니지만 역내 최대 규모 앱이 인수합병(M&A)으로 인지도를 더욱 끌어올릴 경우 현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동남아 최대 차량호출 앱 '그랩'은 최근 인도네시아 차량호출 앱 '고젝' 운영사 고투를 인수하기 위해 최대 20억달러(약 2조94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그랩이 고젝 인수를 위해 금융기관과 대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M&A는 고투의 기업가치를 70억달러 이상으로 산정해 추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랩과 고젝은 동남아 차량호출 총거래액(GMV) 중 약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앱은 음식배달 서비스도 제공하는데 이 분야에서도 60%를 웃도는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단 이들 앱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탓에 현지 규제당국이 M&A 자체를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사가 M&A를 추진하는 것은 차량호출 시장 경쟁이 심화된 영향이 크다. 가격을 낮춰가면서 출혈 경쟁이 이어지자 수익성이 악화됐다. 그랩은 차량공유 시장 성장세가 가파른 베트남 등 복수의 국가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며 인도네시아에선 고젝과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현지 차량호출 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경쟁보다 M&A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랩과 고젝의 M&A가 성사되면 최근 동남아 등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현지에서 제공하는 차량호출 서비스는 한국인과 외국인 사용자용으로 구분된다. 한국인 사용자들은 기존 카카오T를 통해 현지에서 차량호출이 가능하다. 외국인 사용자들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 6월 출시한 이후 최근 해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편한 '케이라이드'를 활용하면 된다. 현지인들이 주로 쓰는 그랩 등과 서비스 대상이 달라 직접 경쟁하는 구도는 아니다.

이들 앱은 모두 현지 차량공유 서비스를 사용자들에게 연결해주는 중개 방식을 취한다. 카카오T나 케이라이드를 이용해도 그랩과 같은 현지 서비스를 통해 차량호출이 이뤄지는 구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사 앱 사용자들이 현지 앱보다 사용료를 더 부담하더라도 익숙한 플랫폼을 활용해 차량호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편의성에 초점을 맞춰 수익을 내는 구조다.

카카오 동남아 도전장 던졌는데…그랩, M&A로 '차량호출 슈퍼앱' 예고

업계 일각에선 오히려 그랩과 고젝의 M&A가 카카오모빌리티 앱을 이용해 호출 가능한 차량이 이전보다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현지에서 사용자층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동남아 지역으로 향하는 국내외 관광객들 중에서도 그랩·고젝 등 현지 앱을 선택하는 사용자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현지 앱을 직접 사용할 경우 카카오T나 케이라이드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차량호출이 가능하다. 편의성보다 비용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사용자들에겐 카카오T와 케이라이드를 사용해야 할 유인이 떨어지는 셈이다.

케이라이드는 국내에서만 사용 가능했을 당시에도 전 세계 100여개국 앱 마켓에서 누적 다운로드 60만건을 넘었다. 이달 기준 국내 택시 호출 건수도 60만건을 돌파했다. 전화번호 입력 후 구글이나 애플 계정, 이메일 인증만으로 가입이 가능한 데다 100개 국어 이상 언어를 자동 번역해 편의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해외 서비스 개시를 계기로 전 세계 어디서든 누구나 케이라이드를 통해 편리하게 모빌리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을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동남아 지역은 유망한 차량호출 앱 시장으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동남아 차량호출 시장은 2029년 115억30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차량호출 사용자 수는 같은해 2억18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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