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대의 감각으로 그린 팝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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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옥승철 작가의 개인전 '프로토타입'에서는 약 8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이미지의 복제와 변형, 원본성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들은 디지털 환경 속에서 노출되고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정서를 표현하며, 특히 대형 조각 '프로토타입'은 감정이 지워진 채 존재하는 모습을 통해 디지털 사회의 익명성을 드러낸다.

전시는 26일까지 진행되며, 20·30세대 관람객들이 많아 작가의 선명한 색감과 매끈한 화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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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승철 개인전 ‘프로토타입’
이미지 복제·변형·유통 탐구
현대인의 불안과 긴장 포착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 ‘프로토타입’전에서 전시되고 있는 옥승철의 ‘Player’ <정유정 기자>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 ‘프로토타입’전에서 전시되고 있는 옥승철의 ‘Player’ <정유정 기자>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이나 ‘공각기동대’의 주인공을 닮은 인물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조종석에 앉아 전투를 치르는 듯한 이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앞을 보고 있다. 익숙한 듯 낯선 캐릭터들이 가득찬 이 공간은 현실보다는 가상 세계에 가까워보였다.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옥승철 작가의 개인전 ‘프로토타입’ 풍경이다.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 ‘프로토타입’전에서 전시되고 있는 옥승철의 ‘Mimic’ <롯데뮤지엄>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 ‘프로토타입’전에서 전시되고 있는 옥승철의 ‘Mimic’ <롯데뮤지엄>

작가는 2017년 인디밴드 ‘아도이(ADOY)’의 앨범 표지를 디자인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는 디지털 이미지에 익숙한 세대의 감각을 팝아트처럼 풀어낸다.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이미지의 복제와 변형, 유통, 삭제를 주제로 약 8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프로토타입은 본래 시제품을 뜻하며 여러 번 수정되거나 변형이 가능하다. 작가는 시제품을 제작하듯 비슷한 이미지를 끊임없이 복제하고 변주해 원본성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 ‘프로토타입’전에서 전시되고 있는 옥승철의 ‘Tylenol’ <롯데뮤지엄>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 ‘프로토타입’전에서 전시되고 있는 옥승철의 ‘Tylenol’ <롯데뮤지엄>

작가의 회화는 매끈한 질감과 정교한 마스킹 기법으로 평면성을 강조한다. 화면 속 인물들은 대체로 무표정하거나 대치 상황에 놓인 듯 긴장돼 있다. 이같은 인물상을 통해 작가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노출되고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정서를 드러낸다.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 ‘프로토타입’전에서 전시되고 있는 옥승철의 ‘Rashomon’ 두 점. <정유정 기자>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 ‘프로토타입’전에서 전시되고 있는 옥승철의 ‘Rashomon’ 두 점. <정유정 기자>

‘타이레놀’은 약물에 내성이 생기듯 디지털 이미지 무뎌져 가는 인간의 감각을 표현한 작품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동명 영화에서 제목을 가져온 ‘라쇼몽’은 보는 사람에 따라 같은 사건을 다르게 해석하는 모습을 시각화했다.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 ‘프로토타입’전에서 전시되고 있는 옥승철의 ‘프로토타입’ 조각들. <롯데뮤지엄>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 ‘프로토타입’전에서 전시되고 있는 옥승철의 ‘프로토타입’ 조각들. <롯데뮤지엄>

인물들을 입체화한 조각은 표정이 없다. 높이가 2.8m에 달하는 대형 조각 ‘프로토타입’이 대표적이다. 머리가 잘린 메두사의 모습을 한 이 조각은 감정이 지워진 채 서 있다. 언제든 복제되거나 대체될 수 있는 존재로, 디지털 사회의 익명성과 불안을 보여준다.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열린 ‘프로토타입’전 전시장 복도. <정유정 기자>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열린 ‘프로토타입’전 전시장 복도. <정유정 기자>

전시 공간 연출도 흥미롭다. 전시장 복도는 크로마키 촬영에 쓰이는 초록색으로 구성돼 관람자는 마치 ‘클라우드’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관람자는 이미지가 저장·복제·삭제되는 디지털 세계를 체험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불안을 포착하려는 작가의 작업은 디지털 세대의 정체성을 예술 언어로 재구성한 시도로 해석된다. 전시장에는 20·30세대 관람객이 특히 많다. 작가의 선명한 색감과 매끈한 화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세대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시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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