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둥글하게 산다는 것[서광원의 자연과 삶]〈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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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오래전 “위스키를 좀 안다”라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이야기를 나누다 궁금해서 물었다. 가장 좋은 위스키는 어떤 맛이냐고. 예상 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야 둥글둥글한 맛이죠.” 둥글둥글한 맛이라니. 뜬금없는 말처럼 들려 다시 물었더니 한술 더 뜨는 답이 돌아왔다. “그냥 둥글둥글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드라마 ‘대장금’의 어린 장금이가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한 것”이라고 답한 것처럼 말이다. 숙성이 잘돼 혀에 착 감기는 부드러운 느낌을 말한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비싸지만 뭔가 다른 맛에 이끌려 가끔 위스키를 마시던 내게 그 표현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대개 회사에서 누구에게도 척지지 않고 이 사람에게도 잘하고 저 사람에게도 잘하며 오래 버티는 사람에게 쓰던 그런 표현이 이렇게도 쓰일 수 있구나 싶었다. 그의 넘치는 위스키 지식은 하나도 부럽지 않았지만 그런 표현력은 살짝 부러웠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혀 위로 위스키를 굴려봤지만 아쉽게도 내게는 그런 ‘절대 미각’이 없었다. 어쨌든 내게 둥글둥글하게 산다는 건 그다지 호감 가는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둥글둥글함이 처세술을 넘어 생존 전략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말로는 해우(海牛·바다소)라고 부르는 매너티를 보면서였다. 국내에 살지 않아 낯익은 동물은 아니지만 누구라도 매너티를 보면 ‘진짜 둥글둥글하게 사는구나’라고 느낄 것이다. 어디가 코이고 눈인지 잘 모를 정도로 온몸이 둥글둥글하기 때문이다. 작지도 않다. 몸길이가 3m 안팎에 이른다. 크면서 둥그니 더 크게 느껴진다. ‘족보’를 따라 올라가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코끼리와 오래전에 헤어진 친척 관계다. ‘빅사이즈’ 혈통인 셈이다. 매너티는 고래처럼 육지에서 바다로 돌아간 포유류다. 그러나 사는 방식은 많이 다르다. 먼바다를 오가는 고래와 달리 얕은 바다 밑에서 자라는 수초와 해초를 뜯어 먹고 산다. 이런 곳은 대체로 수온도 적당해 아예 이런 곳에 적응한 것이다. 그래선지 태생적으로 추운 걸 싫어한다. 몸이 둥근 것도 이 때문이다. 추울 때 우리가 몸을 움츠려 외부에 노출되는 표면적을 줄이는 것처럼, 체온을 효과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아예 둥글둥글하게 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동물 가운데 가장 공 모양, 즉 구체(球體)에 가깝다. 과학적으로 말하면 부피에 비해 표면적의 비율이 가장 작다. 외부에 노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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