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허정]네 갈래로 거칠어진 美 통상 압박, 가장 급한 불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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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정책라인 균형 속에 나오던 美관세정책 ‘브레이크’ 거시-재무, 투자 압박의 액셀로 의회까지 가세하며 강경책 경쟁 벌이는 중 중간선거 앞 다급한 美에 셈법도 달라져야 허정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해 11월 나는 이 지면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하나의 청사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세 갈래 정책 라인이 암묵적으로 타협해 가며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미국 제조업 재건을 최우선으로 삼는 ‘산업·노동 라인’이 있고, 관세를 기술·데이터·인프라 통제의 무기로 쓰는 ‘안보·전략 라인’이 있고, 인플레이션과 금융시장 안정을 이유로 관세 충격을 완화하는 ‘거시·재무 라인’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셋은 방향이 서로 달라도 “중국의 공급과잉은 구조적 위협”이라는 인식만큼은 공유하면서 서로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최근 몇 달 새 흐름을 보면서, 이 균형추 가운데 하나가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름 아니라 그간 브레이크 역할을 하던 거시·재무 라인이다. 최근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이 조인트팩트시트(JFS)에서 합의한 2000억 달러(약 282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가 10개월째 발표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담아 우리 정부에 서한을 거듭 보냈고, 투자를 서두르지 않으면 약속한 관세(15%)에서 더 올릴 수 있다는 취지로 압박했다고 한다. 원래 관세 충격 완화를 관리하던 바로 그 라인이, 지금은 오히려 관세 인상을 지렛대 삼아 투자 이행을 요구하고 나선 셈이다. 그러니까 브레이크가 액셀로 바뀐 것이다. 왜 이런 역전이 일어났을까? 힌트는 워싱턴 안쪽, 그것도 미 유권자들의 지갑 사정에 있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의 물가 정책에 대한 자국 내 지지는 최악의 상태로, 생활비 부담은 미국인들의 최대 불만 요인으로 떠올랐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이민 정책을 지속하느냐 여부가 하원과 상원 다수의 향배를 가를 변수가 됐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물가를 더 자극할 고율 관세를 계속 밀어붙이기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아무 성과 없이 선거를 맞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진퇴양난 속에서 거시·재무 라인이 찾아낸 출구가 바로 투자 집행이라는 눈에 보이는 전리품을 선거 전에 확보하려는 압박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기존 세 라인의 지도에 없던 축 하나가 새로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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