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전재성]국력이 대미 협상에서 레버리지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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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요구할 목록 만들어 국내 합의 이루고 “韓 협력이 능력 키운다” 美에 각인시켜야 투자 -안보-기술 묶어 포트폴리오 협상하고 韓 빼고는 결정하기 어려운 관계 만들어야 전재성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대미 외교를 둘러싼 이재명 대통령의 고민은 불면의 밤으로 이어졌고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 3500억 달러(약 470조 원) 대미 투자의 ‘상업적 합리성’도 중요하지만, 더 큰 고민은 앞으로 계속될 미국의 요구에 어떤 원칙과 전략으로 대응할 것인가이다. 최근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대미 투자와 호르무즈 협력 문제가 함께 논의됐다. 미국의 요구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거래적 성향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미국 패권이 재조정되는 과정에서 미국과 동맹국 간 역할과 부담, 그에 상응하는 권한의 배분이라는 더 큰 문제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혈맹이었던 미국과 영국도 전후 금융질서를 놓고 미국 재무부의 선임 국제이코노미스트 해리 덱스터 화이트와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치열하게 맞섰다. 동맹은 공동의 이익을 보장하지만 부담과 권한이 저절로 배분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한국의 선택이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것도 다른 국가에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반도체, 조선, 방산을 비롯한 산업능력과 투자, 군사능력에서 미국이 쉽게 무시하기 어려운 국가가 됐다. 축적된 국력을 어떻게 협상의 레버리지로 바꾸느냐가 문제이다. 첫째, 능력 자체가 레버리지는 아니다. 기업이 세계적인 기술과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동적으로 국가의 협상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먼저 기여하고 호의를 기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한국도 미국에 요구할 명확한 목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목록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국가 이익은 물론이고 기업의 장기적 이익과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치열하게 조정하고 통합한 결과여야 한다. 대미 협상 전 국내 합의가 만들어져야 한다. 둘째, 한국을 수동적 동맹국이 아니라 미국의 능력을 증강시키는 파트너로 인식시켜야 한다. 미국이 중시하는 제조업 재건과 안정된 중산층 일자리, 첨단기술과 국방생산 능력을 한미 협력이 어떻게 강화하는지 지속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대미 투자라는 상업적 계산을 넘어 미국의 미래에 한국이 능력을 공급하는 국가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셋째, 미국 일방주의의 한계를 비판하는 데 머물기보다 미국이 새 리더십을 학습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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