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밀려드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로 2027년까지 생산 가능한 보냉재 예약 주문량이 꽉 찼습니다.”
최용석 동성화인텍 대표는 14일 경기 안성시 미양면 안성 1공장에서 “중국이 자국 운송을 위해 LNG 운반선 건조 물량을 늘리고 있지만 전 세계 LNG 선주는 여전히 한국 조선소와 한국산 보냉재를 선호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 고난도 초저온 보냉재 기술
동성화인텍은 LNG 운반선 내 화물창(저온단열탱크)을 만들 때 필요한 초저온 보냉재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보냉재에 필요한 강화 폴리우레탄폼(R-PUF), 단열 패널, 멤브레인(분리막)까지 일괄 생산 체제를 갖췄다. 전 세계 LNG 운반선 650여 척 중 40%가 이 회사 보냉재를 쓴다.
기체인 천연가스는 부피가 커서 액화한 뒤 600분의 1로 줄여 운송한다. 액화점이 영하 163도인 까닭에 LNG 저장탱크 내부 온도는 이보다 낮아야 한다. 이 온도를 유지해주기 위해 탱크 벽면에 열을 차단하는 단열재를 입히는데 이게 바로 보냉재다.
보냉재는 LNG 운반선에서 최고난도 제작 기술이 필요한 핵심 자재로, 전체 선가의 약 10%를 차지한다.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주문량이 이 회사 보냉재 발주량의 90%에 달한다. 지난해 이 회사 매출은 5974억원으로 2021년(3650억원)보다 63.6%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01억원에서 539억원으로 늘었다.
매출아 증가한 주된 이유는 유럽발 수요 확대다. 최 대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끊긴 유럽 국가들이 해상을 통한 미국·중동산 LNG 공급을 늘리면서 LNG 운반선 발주가 급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020년 1억9000만달러(약 2712억원)이던 LNG 운반선 1대당 선가가 전쟁 이후 지난해 2억6000만달러(약 3712억원)로 치솟았다.
◇ 2027년 생산량까지 발주 완료
이 회사의 핵심 기술력은 기화율에 있다. 전 세계 LNG 운반선의 84%는 선체 아래에 LNG를 액화해 보관하는 멤브레인 타입을 사용한다. 멤브레인 타입은 보냉재 형태에 따라 ‘NO96’과 ‘마크3’ 방식으로 나뉜다. LNG는 운송 과정에서 통상 0.15%가 자연 증발하는데 동성화인텍은 마크3 방식으로 이 기화율을 절반 수준인 0.07%로 줄였다. 최 대표는 “기화율을 0.05~0.06%까지 낮출 수 있지만 보냉재가 두꺼워진다”며 “결국 LNG 용량 문제 때문에 선사와 잡은 최적 균형점이 0.07%”라고 말했다.
회사는 2027년까지 연간 생산 가능량을 모두 채웠고 2028년 물량도 상당량 발주를 받았다. 매년 늘어나는 수요에 힘입어 2023년엔 250억원을 투입해 안성 1공장을 증설했다. 최 대표는 “2022년 대비 생산능력을 50% 이상 키웠다”며 “통영 공장에 증설 중인 설비까지 가동하면 올해 매출은 7000억원 초반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가장 큰 경쟁사는 전 세계 LNG 수입량 1위인 중국이다. 중국 기업 후동중화조선 등이 내수용 LNG 운반선을 대거 건조하며 한국 조선소 뒤를 쫓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용적량이 적고 초기 투자비와 재료비가 높은 NO96 방식 보냉재를 적용한다. 최 대표는 “LNG 운반선을 찾는 카타르 선주는 선가 차이가 크지 않으면 국내 조선소에 먼저 발주하고 예약이 차야 2순위로 중국을 고려할 정도로 양국 간 기술 차가 크다”며 “기화율이 중요한 LNG 운반선은 당분간 중국이 한국을 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성=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